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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버블 비트코인, 국가의 단기적 반격 카드는 전기료”

중앙선데이 2017.12.10 00:02 561호 3면 지면보기
『화폐의 몰락』 저자 리카즈가 보는 암호화폐
유럽에 등장한 암호화폐 입출금기.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 등장한 암호화폐 입출금기. [로이터=연합뉴스]

“가격이 하늘을 찌를 듯이 오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과 지식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세금 이후엔 금융 법규로 규제
채굴용 전기료 올리면 열풍 꺼져

블록체인은 아주 훌륭한 기술
IMF·Fed 도입 땐 경쟁이 안 돼

 
찰스 킨들버거 전 MIT 교수가 생전에 한 말이다. 그는 허먼 민스키 전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금융 버블의 최고 전문가였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사람들은 치솟는 자산 가격 앞에서 가위눌린다. 순간 회의론자가 된다. ‘내 경제 상식이 틀린 것 아닐까?’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미심쩍어한다. 이른바 ‘가격 급등의 효과’다. 옛날 얘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제임스 리카즈

제임스 리카즈

암호화폐의 하나인 비트코인 가격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로켓(sky-rocketing)과 같다. 개당 1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한때 암호화폐를 코웃음 쳤던 정통 경제학자들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다. 비트코인 가격이 조만간 추락할 것이라 믿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내가 세상을 모르는 것일까’라고 회의하기 시작했다. 이럴 땐 기성 경제학계보다는 이단적 이론가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화폐의 몰락』의 지은이인 제임스 리카즈의 미국 뉴욕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미국 달러가 조만간 붕괴한다”고 외쳐온 인물이다.
 
이제 달러 붕괴가 시작된 것인가.
“하하! 아직 내 호주머니에 달러와 유로가 있다. 화폐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 내 호주머니에 있을 것 아닌가. 아직 아니다.”
 
비트코인 값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주요 나라의 양적완화(QE) 등으로 종이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아직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도 ‘언젠가는 종이돈 가치가 무너질 거야!’란 걱정이 퍼졌다. 우려는 한 자산이나 상품, 서비스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곤 했다.”
 
급등 사례는 역사적으로 무엇인가.
“석유 고갈 우려가 원유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중반 많은 전문가가 ‘한 세대(30년) 안에 원유가 바닥난다’고 말했다. 지금 어떤가? 우리는 여전히 석유를 쓰고 있다.”
 
가격 급등이 비정상이란 얘기인가.
“버블이다. 가격 상승률 기준으로 역사상 두 번째로 가파르다. 첫 번째는 1640년대 튤립 가격 비상이다. 그때 일부 튤립 가격은 1년 새에 20배 이상 치솟았다. 비트코인은 최근 1년 새에 18배 정도 올랐다.”
 
참 이상하다. 평소 기존 화폐의 몰락을 주장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신해 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니다. 비트코인 등 현재 암호화폐는 일시적 패션일 뿐이다.”
 
돈은 신용 시스템의 토대
리카즈는 기존 화폐 시스템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대신할 수 없다는 쪽이다. 기존 돈이 거대한 신용 시스템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화폐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다”며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어야 돈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려운 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우리가 돈을 빌리는 메커니즘은 인플레이션을 전제한다. 이자가 무엇인가. 가상의 실질 금리에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더한 것이다. 반대로 물건 값이 떨어지고 돈의 가치가 오르는 디플레이션이 오래 간다면 돈 빌리려는 사람이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실질적인 부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일단 비트코인 개수는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다른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디플레이션 성격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가격이 급등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비트코인을 바탕으로 돈을 꿔주고 빌린다면 마이너스 금리여야 하지 않을까.”
 
은행이 문닫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껄걸 웃으며) 은행이 예금주에게 낮은 마이너스 금리로 예금을 유치해 높은 마이너스 금리로 빌려주면 비즈니스 자체는 유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보다 돈 가치가 오르면 소비가 줄고 생산이 위축된다. 자고 나면 비트코인 가치가 오르는데 소비하는 사람은 바보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일상화할 수 있다.”
 
화폐 권력 쥔 국가의 반격 시작
리카즈는 국가 간 결제 시스템에서 금본위제를 지지한다. 일상 생활에서 금을 바탕으로 상거래를 벌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는 “브레턴우즈 시스템을 좀 더 발전시켜 금을 바탕으로 메이저 국가의 통화와 금의 교환 비율을 정해야 한다”며 “기타 나라는 메이저 통화와 자국 화폐의 환율을 정해 국제 무역을 벌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금을 바탕으로 한 지역 기축통화 시스템은 달러 패권 붕괴나 마찬가지다. 그는 “달러 패권의 붕괴를 막으려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치열한 정치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암호화폐가 금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은 비트코인보다 뛰어난 게 하나 있다. 바로 금이 각국 정부의 경계나 감시를 덜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경계 심리가 강하다. 이는 곧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나 한국은 비트코인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그럴 뿐이다. 미국 국세청이 최근 비트코인 거래 정보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자본이득세나 거래세 등을 물리기 직전이다.”
 
한국 국세청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득세와 양도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거래자료 확보에 나설 참이다.
 
마치 기존 화폐 발행권을 쥔 국가들이 이제 반격에 나선 듯하다.
“맞다. 법정화폐(fiat money)는 국가의 상징이다. 개인들은 화폐 발행권을 국가에 몰아주고 대신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런 권한과 의무가 있는 국가에 도전일 수 있다. 국가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국이 암호화폐에 쓸 카드는 무엇인가.
“세금 부과는 첫 단추다. 다음은 금융 법규를 통해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은행이나 투자은행, 뮤추얼펀드의 매입 금지 등이다. 일단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되면 시세 조작 여부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모니터된다.”
 
비트코인을 사들인 펀드는 많은가.
“현대 금융시장의 최대 플레이어인 뮤추얼펀드는 거의 사들이지 않았다. 헤지펀드도 일부만이 편입했다. 현재까지 이들 헤지펀드가 돈을 벌기는 했다(웃음).”
 
비트코인 채굴은 전기 먹는 하마
리카즈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일시적인 패션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신드롬 이면에 진짜가 따로 있다는 의미다. 그는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등의 기술적 플랫폼 위에 잠시 반짝이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왜 그런가.
“블록체인 등은 아주 훌륭한 기술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이 그 기술을 독점하고 있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들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실제 IMF 등이 블록체인을 활용할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IMF나 Fed는 화폐 세계의 권력자들이다. 그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폐를 만들어 내면 비트코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신뢰도 등에서 비트코인은 Fed가 내놓을 암호화폐의 경쟁상대가 안 될 것이다.”
 
그건 먼 미래 이야기로 들린다. 각국이 당장 취할 또 다른 조치는 없을까.
“단기적으로 국가의 확실한 반격 카드는 전기 요금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엄청난 전기가 쓰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비트코인 열풍이 가라앉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1년간 암호채굴에 소모되는 전기량이 30테라와트(1테라와트=100만 메가와트)에 이른다. 아일랜드 소비량보다 많은 규모다. 미국의 0.7% 정도다. 리카즈는 “비트코인은 에너지 소비가 극단적으로 심한 비즈니스”라고 촌평했다.
 
비트코인을 잡겠다고 각국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릴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때문에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더 뛰지 않을까.
“일시적으로 가격은 더 뛸 게 분명하다. 하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코인 공급(ICO)이 이뤄지지 않은 채 손바뀜만으로 올라가는 가격은 한계가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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