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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타올로 거기를…

중앙선데이 2017.12.10 00:02 561호 24면 지면보기
<新>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박사님, 새벽에 남편이 화장실에서 이상한 행동을….”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20대 후반의 신혼부부. 아내는 남편 K씨의 행동에 기겁했다.
 
“결혼해도 가끔 자위는 할 수 있다는 얘긴 들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K씨의 손에 쥔 물건, 초록색 때밀이 타올이었다.
 
“그 까칠까칠한 느낌에 단련되면 성행위는 쉬울 것 같아서….”
 
“허허, 수영은 물에서 배우지, 굳이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릴 필요가….”
 
필자의 지적에 낯이 달아오른 K씨. 애처롭게도 그는 참 처절한 노력을 해 왔다. 그의 문제는 조루.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사정하다 보니 이태리 타올까지 손을 댄 것이다.
 
그는 조루에 콘돔을 여러 장 겹쳐 쓰기도, 콘돔에 휴지를 말아넣기도, 마취제를 바르기도,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희귀하고 터무니없는 짓과 시술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제대로 원인을 고쳐야 좋아질 텐데, 성문제로 부끄럽다 보니 요상한 방법에 매달리면서 성기를 손상시키기도 했다.
 
남성에게 가장 흔한 성기능장애인 조루. 환자들 중에는 흥분하면 성기, 특히 귀두에 민감한 느낌이 드니 단순히 성기가 예민해서 그런 줄 알고 자꾸 무디게 하겠다는 헛된 노력에 빠진다. 하지만 성기의 예민함은 조루의 실제 주원인이 아니다. 성기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감각중추인 뇌의 사정중추가 예민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말이다.
 
더구나 단순히 귀두가 예민해서 그럴 것이란 잘못된 믿음에 편향하여 성기감각을 마비시키는 시술로 현혹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진료실에는 학술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조루 수술을 받고 아무 효과를 못 보거나 성감저하·통증·발기저하 등 부작용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런 환자들의 감각을 검사해 보면 신경이 마비되어 정상인보다 훨씬 감각을 못 느낌에도 여전히 조루다. 즉, 조루가 단순히 성기가 예민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란 점을 반증한다.
 
조루의 치료는 주원인인 사정중추와 교감신경의 불안정을 다스리는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의 병합치료가 학술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주치료법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는 학술적 근거와 무관한, 감각을 마비시키는 엉뚱한 시술이 판친다. 국제학회(ISSM)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의학 교과서에 주치료법으로 등재된 적 없는 시술인데 말이다.
 
신혼의 K씨는 조루의 주원인을 제대로 정석대로 치료하면서 더 이상 요상한 방법엔 현혹되지 않게 되었다. 신혼의 즐거움을 되찾은 그가 치료의 말미에 기뻐하며 남긴 한마디는 ‘정석’대로 치료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는 것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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