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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건축] 젊은 건축가

중앙일보 2017.12.09 02:01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재원 건축가 공일스튜디오 대표

조재원 건축가 공일스튜디오 대표

자신의 이름으로 집을 설계하기 시작한 의욕충만한 건축가에게 모든 상황은 가파르다. 시간도 짧고 예산도 적고 건축주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젊은건축가상은 이를테면 가파른 비탈을 극복하고 건축계를 환기시키는 고유한 건축의 성취를 보여주는 건축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2017 젊은건축가상 작품집

2017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다섯 건축가의 작품집이 12월 첫 주에 출간됐다. 올해의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건축가는 에이오에이아키텍츠의 서재원·이의행과 이데아키텍츠의 강제용·전정우, 그리고 이화여대·HGA의 국형걸이다. 작품집을 통해 다섯 건축가의 작업과 발언, 그에 대한 정제된 비평을 읽는 일은 지금 우리 건축의 흥미로운 지형을 탐사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서재원·이의행은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조건들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낸다. 동시에 대중이 모호하게 공유하는 진부한 양식을 차용하고 비틀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뉘앙스와 유머로 통하는 4차원의 탈출구를 모색한다. 그리고 그들의 건축은 이 통로를 통해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통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젊은 건축가 국형걸의 ‘바이라테럴 극장’. 부분이 전체가 되는 건축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신경섭]

젊은 건축가 국형걸의 ‘바이라테럴 극장’. 부분이 전체가 되는 건축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신경섭]

건축가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그것을 구현하기까지 수많은 의사결정,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강제용·전정우는 작업 동인을 추상적 개념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최선의 해법을 찾아 촘촘하게 구축함으로써 건축이 삶의 풍경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완공한 건축물에서, 특히 일련의 공공건축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국형걸은 건축을 부분이 전체가 되는 만들기의 과정이라고 보고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천착한다. 자기완결성보다 시스템으로서의 연결을 추구한다. 건축산업의 합리화·효율화의 요구와 맞춤형 디자인의 요구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요구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라는 면에서 그의 작업은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전문가로서 건축가의 역할은 주어진 문제에 해법을 찾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젊은건축가상을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더 가파른 길도 마다않고 새로 내는 길을 통해 우리 도시와 건축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평평한 땅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길을 택해 사고를 확장하는 건축가 누구나가 ‘젊은 건축가’다.
 
조재원 건축가 공일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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