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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김치가 역사 흐름까지 바꿨다는데 …

중앙일보 2017.12.09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푸드 오디세이

푸드 오디세이

푸드 오디세이
빌 프라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
페이퍼스토리
 
음식도 국력을 보여주는 척도의 하나일까. 아니면 K팝에 힘입은 K푸드의 선전일까. 영국 출신 여행·역사 전문 작가 빌 프라이스가 ‘음식은 어떻게 인류 역사를 바꾸었나’라는 주제로 쓴 책에 김치(Kimchi)가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찼다. 원제는 ‘역사의 흐름을 바꾼 50가지 음식’인데 서구 위주 요리와 식재료 틈에서 김치는 14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저자는 김치를 “전통과 현대 세계 사이의 연속성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국민음식’으로 평가한다. ‘김장문화’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고, ‘김치 담그기’가 올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되는 국내외 분위기 속에서 김치의 위상이 무르익는다.
 
18세기 프랑스 미식가인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국가의 운명은 국민들의 음식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갈파했다. 지은이 또한 음식물이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우리를 지탱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수렵·채집 사회의 중요 식재료였던 ‘털 매머드’부터 차세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인 ‘황금 쌀’까지 시대 순으로 역사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훑어가는 음식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일지라도 새롭다.
 
보급전쟁에서 통조림 콘비프로 기선을 잡은 연합군은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코카콜라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세계적 브랜드로 올라섰다. 역사의 고비를 이루는 전쟁은 음식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에 등장해 의식 흐름 소설의 상징이 된 마들렌과 앤디 워홀의 손에서 팝아트의 첨병으로 떠오른 캠벨 수프 통조림은 예술에 스며든 음식의 예다. 인류 생존을 쥐락펴락한 빵과 감자의 위력이야 말해 뭣할까.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르면 ‘먹기 위해 산다’는 한마디가 절로 떠오른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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