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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장식품? 파티에 '접대 모델' 고용하는 실리콘밸리 회사들

중앙일보 2017.12.08 23:43
모델인테크 홈페이지에서 모델들을 소개하는 화면. [모델인테크 홈페이지]

모델인테크 홈페이지에서 모델들을 소개하는 화면. [모델인테크 홈페이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내 파티가 줄이어 열리는 미국에서 일부 실리콘밸리 업체들이 사내 직원을 위해 모델을 파티에 초빙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해당 업체들을 향해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美IT업체들, 연말 파티에 모델 고용
대부분 남성인 직원들 대화 상대로
얼굴 사진 직접 보고 모델 엄선해
여성단체 "여성 대상화" 비판

통신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인근의 모델 에이전시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IT 기업의 파티에 시간당 50달러(5만5000원)에서 200달러를 받고 모델을 파견하고 있다. 파견된 모델들의 임무는 파티에 참석한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일이다.
 
모델 대행사인 크리8은 12월 8일과 9일 이틀간 총 7개 IT 업체에 모델을 파견할 예정이다. 8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게임 업체에서 열리는 파티에도 외모가 뛰어난 여성 모델 25명과 남성 모델 5명을 파견한다. 이 같은 역할을 맡은 모델은 "분위기 모델(atmosphere models)"이라 불린다.
 
크리8 측에 따르면 이 파티에 참석할 모델들은 파티를 주최하는 회사 측이 직접 사진을 보고 엄선했으며, 크리8 측에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누설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도 모델을 고용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또 회사 측은 모델들에게 파티 참가자로부터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친구라고 둘러댈 수 있는 회사 직원의 이름을 알려줬다. 크리8의 CEO인 파나즈 커마니는 "모델을 초청하는 회사들은 자기네 직원들이 모델과 대화하면서 '이 사람이 나를 상대하기 위해 고용된 모델이구나'라고 생각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모델인테크 홈페이지에서 모델들을 소개하는 화면. [모델인테크 홈페이지]

모델인테크 홈페이지에서 모델들을 소개하는 화면. [모델인테크 홈페이지]

 
블룸버그통신은 파티에 모델을 고용하는 회사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페이스북급 내지는 구글급 규모의 회사"부터 소규모 기업들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IT업체에 모델들을 수차례 보내왔던 에이전시 TSM의 크리스 해나 CEO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검색엔진 업체 중 하나도 우리 고객이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측은 온라인 IT전문매체 머큐리뉴스에 "우리는 그런 모델을 고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일부 기업들은 대화를 넘어 완전히 부적절한 요구를 해오기도 했다. IT업체 전문 모델 업체인 모델인테크의 올리야 이시츄코바 CEO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회사들을 수없이 거절했다"며 "최근엔 몸에 달라붙는 분홍빛 라텍스 복장을 제안해온 회사도 있었다. 나는 그 회사를 향해 우리는 그런 일을 하는 업체가 아니며, 만약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당신네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 여성 단체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IT업계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걸스인테크의 애드리애나 개스코인 CEO는 "아주 불쾌한 일"이라며 "일부 기업들이 아직도 여성들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개스코인은 이어 "이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일이다. 여성을 눈요기 취급하는 관행에선 IT업계에서 경력을 쌓고자 하는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며 "이런 환경에선 여성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가 없고, 생산성에 몰두하지도 못한다.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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