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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늘린 국회···"왜들 그랬냐" 반대 의원 28명 누구?

중앙일보 2017.12.08 15:24
김무성 “염치없는 짓”, 송영길 “국민 용납 않을 것”, 유승민 “자기모순, 고약하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20대 국회가 지난달 24일 국회의원의 8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 비서 1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 논의 과정에서 “국민 눈치를 볼 필요 있나”라는 말까지 나왔다. 예산과 입법으로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는 보좌진을 늘리는 법안 처리엔 신속했다. 재석 218명 중 150명이 찬성했고 28명이 반대, 40명이 기권했다. 중앙일보는 보좌진 증원에 반대한 의원 28명 중 연락이 닿은 21명에게 반대 사유를 들어봤다. 대부분 “굳이 (보좌진 증원을) 지금 해야 했느냐”고 한 목소리로 지적하면서도 반대한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각론을 내놨다.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제 밥그릇 챙기기=보좌진 증원에 반대한 의원들은 “명분 없이 제 밥그릇 챙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문제 개선을 외치면서 정작 ‘국회 우선’을 내세운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데도 정작 힘있는 의원들이 자기 사람(인턴)만 챙기려 나섰다”며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아 (법안에)반대했다”고 말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도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현실은 잘 알고 있고 (법안)취지에도 공감하지만, 국회 인턴 문제부터 해결한다는 건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다른 유사한 (비정규직)문제를 살피는게 좋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최운열(민주당), 이은권ㆍ함진규ㆍ박대출(한국당), 신용현(국민의당), 박인숙ㆍ오신환(바른정당) 의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현재 국회 의원실 인턴(2명)의 근무기간은 각 11개월이다. 기간이 지나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2년 이상 재직하는건 국회 운영지침상 불가능하다. 이들 중 1명을 8급 비서로 채용하며 인턴 고용환경을 개선하겠다는게 법의 취지지만 근본적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희경 의원(한국당)은 “자리 하나를 늘리고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법인데, 입법부가 입법을 잘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에 남을 현장이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한국당)·송영길(민주당)·유승민(바른정당) 의원(왼쪽부터). [중앙포토]

김무성(한국당)·송영길(민주당)·유승민(바른정당) 의원(왼쪽부터). [중앙포토]

 
◇왜들 그랬어=3선 이상 중진 의원 일부도 법안에 반대하며 난색을 표했다. 대체로 시기상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6선의 김무성 의원(한국당)은 “보좌진이 많으면 의정활동에 도움은 되겠으나 정치인에 대한 국민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늘리는 건 사실 매우 염치없는 짓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4선 송영길 의원(민주당)도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따가운데 그렇다고 (의원이)일을 잘해서 (증원을)용납한다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공무원 증원을 당론으로 반대하면서 8급 신설에 찬성한다는 건 모순”이라며 “법은 통과되는데 (인턴중 한명을)8급으로 뽑지 않으면 (인턴 일자리가)없어져 젊은 사람의 일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고약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오제세 민주당 의원) “명분이 없다”(김영우 한국당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감대 부족, 대안은=의원총회 등 당 차원의 상세한 논의 없이 보좌진 증원이 결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의원들도 있었다.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국민이 좋아하지 않을 일을 여야가 담합하듯 하는 게 아쉽다”며 “의원들 사이에서도 (법안 관련)이야기가 잘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양석 의원(한국당)은 “인턴의 정규직화와, 8급 증설에 따르는 비용 부담과 같은 사안에 대해 각 당 의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식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보좌진의 의원 개별채용을 최소화해 ‘일 하는 국회’의 면모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지역구 관리처럼 특정업무를 수행하는 보좌진은 최대한 줄이고 입법이나 정책 관련 인원을 국회사무처에서 풀(Pool)하는 것도 방법”(이상민 민주당 의원)이란 의견이다. 보좌진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게 이유다. 또 박성중 의원(한국당)은 “외국처럼 보좌진 채용에 제공되는 국비 총액을 정해 한도 내에서 필수 인원을 고용한뒤 나머지는 자유롭게 채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중에서도 보좌진 증원을 탐탁치 않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택도 없는 법안인데 (찬성하는 게) 말이 되나. 찬성 기류 속에서 혼자 반대하기가 그래서 어쩔수없이 찬성했지만 나 같은 의원이 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록환ㆍ백민경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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