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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방주시 태만?…낚싯배 전복시킨 명진15호 현장검증

중앙일보 2017.12.08 13:57
8일 오전 10시30분 인천시 서구 북항부두. 2대의 해경 호송차에서 급유선 명진15호(336t급)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가 차례로 내렸다.
전씨는 흰색 후드 티셔츠에 자주색 점퍼를 입고 파란색 마스크를 써 얼굴을 가렸다. 갑판원 김씨도 검은색 점퍼와 파란색 마스크를 썼다. 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해경에게 이끌려 배 안에 있는 조타실로 들어갔다.

8일 인천 북항부두에서 급유선 명진15호 현장검증
구속된 선장, 갑판장 모자 등 눌러쓰고 사고 상황 재연
명진호 선원 4명도 참여해 사고 당시와 구조상황 보여줘
명진호 선수 부분에는 충돌 흔적도 그대로 있어

8일 오전 인천 북항부두에 정박된 급유선 명진15호. 최모란 기자

8일 오전 인천 북항부두에 정박된 급유선 명진15호. 최모란 기자

 
인천 영흥도에서 낚싯배를 들이받아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명진15호 선장과 갑판원에 대한 현장 검증이 이날 열렸다.
이들은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배 출항부터 인근 대교를 지나고, 사고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차례로 재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현장 검증에는 당시 배에 타고 있었던 선원 4명도 참여해 사고 당시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등을 보여줬다.
8일 오전 인천 북항부두에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를 추돌해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급유선 선장 전모(37)씨가 현장검증을 받기위해 명진15호에 승선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인천 북항부두에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를 추돌해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급유선 선장 전모(37)씨가 현장검증을 받기위해 명진15호에 승선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검증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면진15호의 조타실은 9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나온다. 7㎡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선미에 위치한 조타실 한가운데에는 160㎝ 크기의 성인 여성 허리 높이의 조타석과 5개의 창문이 있어 멀리 있는 바다가 보였다. 뱃머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양옆으로 다가오는 배는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사고 당시 선장 전씨는 홀로 조타실에 있었다. 그는 해경 조사에서 "낚싯배를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조타석 앞에는 조타기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통신 장비 등이 있었다. 조타석 오른쪽 아래 있는 미닫이문을 열어보니 베개와 이불 등이 있었다. 조타석 뒤 책상에는 각종 서류와 노트북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물을 끓여 마실 수 있는 전기 포트도 조타실에 있었다. 
8일 열린 현장검증에서 급유선 명진15호의 갑판원 김모(46)씨가 조타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열린 현장검증에서 급유선 명진15호의 갑판원 김모(46)씨가 조타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갑판원 김씨가 "잠시 물을 마시러 갔다"고 했던 식당은 조타실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다. 냉장고와 식탁 등이 있었다.
 
급유선의 경우 새벽이나 밤에서 운항을 하면 2인 1조로 조타실에서 당직 근무를 선다. 보조 당직자는 전방을 살피다가 위급한 상황엔 선장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없었다. 
김씨는 지난 6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면서 기자들에게 "전날부터 속이 좋지 않아서 따뜻한 물을 마시러 갔다"고 했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표정 등은 알 수 없지만 성실하게 현장검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른 선원 4명과 뱃머리 쪽에서 밧줄을 풀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9.77t)에서 바다로 떨어져 표류하는 낚시객 4명을 구조하는 장면도 재연했다.
 
명진15호의 선수에는 선창1호를 들이받았을 때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충격 흔도 보였다. 해경은 수상 감식을 통해 명진호의 선수 부위에서 7개의 충격 함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8일 오전 인천 북항부두에 정박된 급유선 명진15호. 배 선수에 충돌 흔적이 남아있다. 최모란 기자

8일 오전 인천 북항부두에 정박된 급유선 명진15호. 배 선수에 충돌 흔적이 남아있다. 최모란 기자

신용희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명진호 출항부터 사고 현장에 이르기까지 선장과 갑판원, 선원들의 위치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사고 당시 위치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서지간으로 알려진 선장 전씨와 갑판원 김씨는 지난 3일 오전 6시 5분쯤 인천시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로 구속됐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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