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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TV속의 삶 이야기] 김정은 시대 평양의 김장풍경은

중앙일보 2017.12.08 06:50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로 김치를 담그는 김장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장을 어떻게 할까?
 

북한 김장종류·방법 한국과 다르지 않아
‘부자’들은 비싼 양념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직장·인민반은 각종 명목으로 돈 걷어

최근 평양 주민들, 국가공급 배추 대신에
버리는 양이 적은 시장배추 구입 선호
김치를 사 먹는 사람 늘어 김장은 감소 추세

노동신문은 지난 1일 “평양시의 봉사기관들과 가정주부들의 김치 경연이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며 “통배추 김치들은 상쾌하면서도 독특한 향기와 시원하고 쩡한 맛을 내는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5일 ‘통배추 김치를 맛있게 담그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장철에 모든 가정에서 담그는 것은 통배추 김치”라며 “양념은 명태 1.5kg일 때 멸치젓 500g의 비율로 섞는 등 김장 김치 담그는 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일 평양시의 봉사기관들과 가정주부들의 김치경연이 11월 17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고 전했다. [사진 우리민족끼리캡처]

노동신문은 지난 1일 평양시의 봉사기관들과 가정주부들의 김치경연이 11월 17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고 전했다. [사진 우리민족끼리캡처]

김장철에 등장하는 북한 김치의 종류는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은 통배추 김치·깍두기·동치미 등을 주로 담근다. 배추를 24시간 소금에 절인 다음 깨끗이 씻고 양념을 넣어 만든 겨울의 통배추 김치는 부식물이 많지 못한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반 년분 식량이다. 
 
북한은 김장 양념에서 중요한 고추의 색을 살리기 위해 40∼50°C인 연한 소금물에 고춧가루를 일정한 시간 놓아두었다가 갈아 쓰며 젓갈을 비롯한 다른 양념과 섞어 배추에 버무리는 등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았다. 돈이 많은 사람은 새우 젓갈 뿐 아니라 하루 정도 숙성시킨 명태에 낙지(오징어)·싱싱한 배 등을 넣은 김장 양념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평양시에 살다 최근 탈북한 이모씨는 “종전에는 김장철에 들어서면 배추와 무를 한가득 실은 자동차들이 평양시 한복판을 분주히 달리며 집집이 남새(채소)를 실어 다 주었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김장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의 각 성·중앙기관들을 비롯한 기업소들은 김장철이 오면 직원들로부터 가족 수에 따라 김장용 채소 수량을 종합한다. 공급량은 해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1인당 100kg 정도의 배추·무를 기준으로 한다. 가족 성원이 3명이면 가구주는 300kg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수량에 기초해 각 기관은 국가로부터 채소밭을 배정받는다. ‘힘 있는’ 기관일수록 작황이 좋은 밭을 차지한다.  
 
가구주들은 며칠 동안 ‘배추동원’에 나가 농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추·무를 뽑아 자동차에 싣는다. 가구주는 자동차 이용에 필요한 연유구입용 돈을 직장에 내야 한다. 주부들은 아파트에 채소를 부릴 때 운전사에게 ‘수고했다’며 술·담배를 건넨다.  
 
김장철에는 집집마다 배추를 다듬으며 나오는 오물들로 해서 ‘오물장’이 넘쳐난다. 평양시 인민반장(우리의 통장)들은 오물을 처리하기 위해 국가계획 외의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이에 필요한 원유구입비로 돈을 걷는다.
 
이씨는 “품질이 좋지 않은 배추를 대량 배급받으면서 이것저것 바치는 돈 대신 시장에서 질 좋은 배추를 적게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시장에서 깨끗이 다듬어 파는 배추로 김장하면 버릴 것이 없으므로 동네 오물장 청소비도 안내고 직장 배추동원도 가지 않아 평양시민들이 시장 배추 구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평양시 중앙기관에서 근무한 탈북여성 김모씨는 “최근 평양시에서 잘사는 사람들은 김장을 적게 한다”며 “보통 4인 가족 기준 20포기 정도의 배추를 시장에서 산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씨는 “평양시 중구역 시장 앞에서는 김장배추 배송비 20% 정도를 주면 집까지 운반해 주려고 대기하는 인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평양시내의 ‘김치봉사매대’들에서는 류경김치공장에서 생산된 총각김치·석박김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평양시내의 ‘김치봉사매대’들에서는 류경김치공장에서 생산된 총각김치·석박김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모씨는 “최근 들어 평양역 주변과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병원 앞에 ‘김치봉사 매대’를 차리고 류경김치공장이 생산한 총각김치·석박김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4000∼5000원의 월급으로는 1봉지(500g)에 1000원 정도의 김치를 사 먹기가 버겁다”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 1월 김정은은 류경김치공장을 시찰하면서 “경공업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랑찬 성과를 통해 인민들은 유족하고 문명한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필승의 신심과 낙관을 더 깊이 새겨 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치공장에서도 충성교양은 빼놓을 수 없다. 류경김치공장 구내에 세워진 구호비.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치공장에서도 충성교양은 빼놓을 수 없다. 류경김치공장 구내에 세워진 구호비.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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