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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셔서 '필름' 끊긴 채 성폭행…주취감형 사유 아니다”

중앙일보 2017.12.07 15:36
[중앙포토, 연합뉴스]

[중앙포토, 연합뉴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여성을 성폭행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남성에게 법원이 심신 장애 상태가 아니었다며 음주 감형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black-out·필름 끊김 현상) 증상은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일 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형사 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4)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고 7일 밝혔다.  
 
판사봉 [중앙포토]

판사봉 [중앙포토]

A씨는 지난 7월 6일 오전 7시께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B(37·여)씨의 방에 침입해 B씨를 성폭행했다.  
 
당시 A씨는 자신이 투숙하던 방을 나와 복도를 약 15m 걸어간 뒤 잠기지 않은 B씨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B씨가 모텔방 불을 켜자 A씨는 뒤늦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A씨와 변호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범행 당시 만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술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 에 찍힌 A씨의 거동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성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눈 점, 만취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는 모텔 업주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가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A씨 주장은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증상에 불과하다”며 “블랙아웃은 알코올이 임시 기억 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할 뿐,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해 심신장애 상태로 보기 힘들다”면서도 “A 씨가 벌금형을 초과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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