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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나이 먹는 게 억울하다면 읽어야 할 책

중앙일보 2017.12.06 02:00

노후에 들어선 사람은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게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예전에 밑줄 치며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것이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 인생 후반부에 제2의 사춘기를 겪게 될지 모른다. 흔들리는 대로 나를 맡겨보자. 또 퇴직하게 되면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좁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외로움과 고독이 밀려온다. 이럴 때 책 읽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이 돼 줄 수 있다. 출판사 대표가 인생 후반부의 필독서는 어떤 게 있고 책 읽기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준다. <편집자>

 
나이가 들어갈수록 멋있는 직종이 있다. 그중에도 정신과 의사는 시간과 사례가 주는 연륜이 더해지며 품위 그 자체로 존재한다.

한순의 인생후반 필독서(3)
이근후의『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멋지게 늙어가는 기술
'남의 말 듣는가', '사랑하는 능력'이 정신 건강 척도

 
나이가 들어간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어쩜 점점 더 인생을 모르겠고, 처음 겪는 장수의 시대에 누군가를 찾아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직접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것이 불편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갤리온, 2013)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갤리온, 2013.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갤리온, 2013.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과 형광펜 밑줄을 줄줄이 붙었다. 새기고 기억해야 할 말이 많은 책이라는 증거다.
 
이근후 박사는 서문에서 “사람들은 50년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내가 사람 속을 꿰뚫어 보고 삶의 지혜를 통달한 줄 안다. 게다가 나이 들면서 적당한 주름과 은빛 머리칼까지 갖추니 원숙해 보이는 나의 풍모가 그런 오해를 더하는 듯하다”며 일반인의 통념을 스스럼없이 깨고 들어온다.
 
그의 성찰은 50년 이상 전문 분야에 있었으나, 환자를 완벽하게 낫게 해줄 수 없다는 한계에서 더 깊어진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데 도움을 주는 쪽으로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실천에 옮기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인생은 재미있게 견디기 
 
그는 러셀의 “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당하게 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인생을 ‘재미있게 견디기’로 정의한다. 자신이 자꾸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준점이 청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슬프고 억울할 밖에. 그러나 이근후 박사는 일본 시인 이싸(고바야시 이싸(小林一茶))의 하이쿠를 인용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도 모기에 물리다니!’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가족아카데미아 이사장. [중앙포토]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가족아카데미아 이사장. [중앙포토]

 
나이 들어간다고 억울해하지 마라. 또 제대로 살지 못했다고 후회도 마라. 누가 뭐래도 우리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려왔다. 그러니 이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내라.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인생의 시간은 줄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이가 주는 권위에 의지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늙는데, 나만 늙고 경험한 것처럼 살면 외롭다는 이야기다. 늙으면 내가 먼저 사람을 찾아가야 하고, 정상에 오르는 일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재미를 찾으면서 나이 드는 것의 선행학습을 할 것을 권한다. 막상 닥치면 당황하고 실수하기 마련인데 나이 든 후에 시작하면 너무 늦는다는 것이다. 편편이 금언과 성찰이 넘치는 글들이다.
 
이근후 박사는 그 사람의 정신 건강 척도를 ‘남의 말을 듣는가?’와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에 두고 있다.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는 없지만 환자를 퇴원시켜도 될 때는 그 사람에게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 발견되면 퇴원시켜도 된다고 말한다.
 
둘 다 자신을 향한 과도한 몰입에서 벗어날 때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지금 정신이 건강한가?’를 동시에 체크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다시 나이 든 정신과 의사가 멋있게 보인다. 실제 사례와 경험을 통해 묻고 싶은 이야기에 지혜가 가득한 답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순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tree33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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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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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 한순 시인,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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