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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우 정우성이 전하는 로힝야 난민의 비극 “이들에게 고국은 두려움의 대상…관심만으로도 변화 시작"

중앙일보 2017.12.05 11:11
 
지난 2일 국내 한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섰던 배우 정우성(44)씨는 행사를 마치자마자 짐을 꾸렸다. 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태국 방콕을 경유, 방글라데시 다카까지 9시간의 비행, 그곳에서 콕스 바자르까지 차로 이동. 대기 시간을 포함해 12시간이 훌쩍 넘는 고된 일정이었다. 그가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함께 로힝야 난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짐은 가벼웠고, 화려한 수트 대신 ‘UNHCR’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배우 정우성씨가 4일(현지시간) 로힝야 난민촌에서 누리샤(40)와 그의 딸 마리암(10), 파팀(5)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그들은 12일 전에 방글라데시로 왔다. 미얀마가 안전해지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제공: 유엔난민기구/J. Matas]

배우 정우성씨가 4일(현지시간) 로힝야 난민촌에서 누리샤(40)와 그의 딸 마리암(10), 파팀(5)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그들은 12일 전에 방글라데시로 왔다. 미얀마가 안전해지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제공: 유엔난민기구/J. Matas]

그가 찾은 콕스 바자르 난민촌은 현재 30만7500명의 로힝야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소수민족 간 분쟁이 끝이지 않는 미얀마에서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정부의 탄압과 무력충돌을 피해 현재까지 6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국경을 넘었다.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과 함께 한 그의 난민촌 방문은 네팔(2014년)·남수단(2015년)ㆍ레바논(2016년)ㆍ이라크(2017년) 에 이어 다섯번째다. 매년 5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고 있다. 현재 로힝야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그를 4일 밤 e메일로 인터뷰했다. 영화 ‘강철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인랑’ 촬영이 계속되는 빠듯한 일정에서 힘들게 스케줄을 조정한 그는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려 쪽잠을 자면서 이틀을 버텼다고 한다. 그는 6일 귀국길에 오른다. 
로힝야 난민과 만나고 있는 배우 정우성.

로힝야 난민과 만나고 있는 배우 정우성.

 
다음은 정우성씨와의 인터뷰 전문.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올해 5월 이라크에서 모술 국내실향민(IDP)을 만나고 왔다. 난민촌 방문은 일 년에 한번씩 간다는 기구와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서 올해 다시 난민촌을 방문하게 될 지는 몰랐다. 지난 11월 방한했던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와 저녁 식사 자리가 계기가 됐다. 그는 로힝야 난민들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들려줬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의 친선대사로서 특별히 이 문제를 한국에 알려주길 요청했고, 갑자기 출국을 결정하게 됐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아직 첫 날인데 현장에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심각해서 놀랐다. 지난 8월 미얀마에서 로힝야에 대한 폭력사태가 발생한 뒤 석 달 만에 6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하루에 수천 명씩 국경을 넘는 날도 많았다고 들었다. 준비가 안 된 캠프에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며 공간 부족이 일단 심각하게 느껴졌다. 쉘터(쉼터) 간 사이가 너무 비좁아서 화재도 걱정이 된다. 위생문제도 심각해 보였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로힝야 난민촌 모습.

주거 환경이 열악한 로힝야 난민촌 모습.

-현지 난민들을 만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이번이 다섯번째 난민촌 방문인데 로힝야 난민에게서 매우 우려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이들이 ‘고국’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대다수의 난민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언젠가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희망하는데 로힝야 난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왜 박해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로힝야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만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서 꾸준한 홍보와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나눔을 통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먼저 제안했을 때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난민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유엔난민기구와 활동하며 이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됐고, 그 이해가 활동을 이어가는 동력이 된다. 현장에서 난민들의 얘기를 들으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 갑자기 닥친 어려움, 목숨을 건 피신, 이런 것들이 모두 가깝게 느껴진다. 난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많은 관심을 호소했는데, 관심을 많이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모든 나눔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난민에 대해 누군가 계속해서 얘기하고 관심을 가졌을 때 한 국가가, 한 개인이, 한 기업이 이들에 대한 도움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얘기하고 접하는 시리아 난민, 로힝야 난민 외에 이 세상에는 잊혀진 난민들이 너무도 많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남수단 난민, 소말리아 난민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한 얘기는 난민에게 가장 필요한 ‘평화’에 대한 세상의 이해를 확장시키리라 믿는다.”
-북한 상황의 악화로 탈북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도 ‘난민’처럼 중국 등지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도 외교적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으니 중국 정부에 대한 호소를 한 말씀 해주셔도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필리포 그란디 최고대표가 한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박해와 생명의 위협이 있다면 그 누구도 자국으로 송환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개인인 내가 중국 정부에 호소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중국 정부가 탈북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이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라고 기대한다.”
-유명 인사들의 사회 공헌 활동, ‘착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 역할이 점점 주목받고 있는데 후배 연예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과도한 칭찬과 관심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나눔의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지속성을 더하라는 것이다. 나눔을 통해 자신의 삶도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 제공=유엔난민기구/J. Matas]
※정우성씨는 5일 오후 5시 유엔난민기구 페이스북 라이브(unhcr.korea)를 통해 현지 상황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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