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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다 숨진 새내기 경찰…순직 불인정에 찢어지는 父情

중앙일보 2017.12.05 00:01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전경. [사진 포항북부경찰서]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전경. [사진 포항북부경찰서]

"결과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가족 모두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경찰 합격한 30살 아들
평소 운동 즐기고 술·담배 안 해

지난 9월 야간근무 중 숨졌지만
"사망원인 불명…순직 인정 안돼"

아버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9월 26일 야간근무를 하던 중 숨진 아들 최모(30) 경장은 2남 중 장남이었다. 키 175㎝ 몸무게 77㎏의 건장한 체격에 지병도 없었다. 경찰이 꿈이어서 의무경찰을 한 뒤, 지난해 1월 당당하게 경찰 임용 시험에 합격한 아들이었다. 근무지도 부모님이 계신 경북 포항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5월 포항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로 첫 발령을 받았다. 가끔 최 경장이 "야간근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을 했지만, 경찰 업무 특성상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근무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유족과 경찰 측은 공무원연금공단 측에 순직 승인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20일 불승인 결정 통보를 받았다.
 
박종태 노무법인 봄날 노무사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심이 깊었던 아들의 죽음에 부모님이 많이 힘들어 한다. 고인의 경우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신체적으로 건장한 상태에서 일하던 중 사망했는데, 순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지난 9월 26일 오전 2시50분 포항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 2층 숙직실. 동료경찰관이 최 경장을 흔들어 깨웠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야간근무를 한 후 오전 1~3시 숙직실서 대기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동료경찰관은 "자는 줄 알고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나지 않았다.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경장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의사는 오전 3시14분 그가 숨졌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경장은 25일 오후 6시 출근한 뒤 숙직실 대기 근무 직전까지 4번을 출동했다. 오후 10시15분쯤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대리운전자를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용의자를 제압했다. 경찰은 순찰차 뒷좌석에서 용의자와 최 경장이 함께 타고 오는 과정에서 용의자가 갑자기 저항하는 등 소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최 경장보다 체격이 큰 남성이었다. 파출소에 온 뒤에도 최 경장을 향해 욕설하고 침을 뱉었다. 
 
당시 함께 출동했던 경찰 동료는 "죽도파출소 인근에 유흥업소가 많아 야간 근무 시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다. 특히 술에 취한 사람이 힘이 세다. 주취자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최 경장이 순간적으로 힘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찰은 근무 중 사망한 것을 고려해 영결식에서 1계급 특별승진 추서, 경찰공로장을 헌정했다. 최 경장의 유족과 포항북부경찰서는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승인 신청을 했으나 지난달 20일 연금공단으로부터 순직 불승인 결정 통보를 받았다. 공단 측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최 경장의 부검결과 그렇지 않다. 공무상 과로로 인한 연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 경장은 부검결과 내인사로 판명났다. 해부학적 관점에서는 '원인불명'으로 판단했다. 내인사(內因死)란 질병 등의 신체내적 원인에 의한 죽음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사·변사 등이 있다. 유족들은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박 노무사는 "과로사는 대부분 내인사다. 거기다 해부학적으로는 불명이더라도 건장한 경찰관이 야간 근무 중 갑자기 숨졌다면 사망과 공무와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경장의 동료들은 순직을 인정해 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포항북부경찰서 동료들은 "나라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데, 사인 불명이라는 이유로 순직이 아니라는 공단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우 포항북부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솔선수범하고 정말 성실한 친구였는데 순직이 아니라고 하니, 동료들도 허탈해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복무 중 사망한 경찰관은 438명에 달한다. 4일에 1명꼴이다. 사망 원인별로는 1위가 질병이었으며 자살·교통사고·안전사고가 뒤를 이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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