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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회 뜨면 민주당 비상경보···그리고 즐기는 한국당

중앙일보 2017.12.03 17:58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답변하던 도중 더불어민주당의 국방위 간사인 이철희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 버렸다. 송 장관이 정부 차원에서 대북 해상봉쇄를 검토했는지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거듭 “검토했다”고 말하면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해상봉쇄 검토 발언은 송 장관이 그간 했던 국회 답변 중 최대 실수”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내부적으로 논의한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해상차단’인데 이를 ‘해상봉쇄’로 비춰지는 혼선을 불렀다는 주장이다. 해상차단은 대량살상무기 등을 실었다고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콕 짚어 검색하는 조치다. 반면 해상봉쇄는 동ㆍ서해를 다 틀어막아 북한 선박의 운항을 전면 차단하는 대북 군사작전이다.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의원들 분위기는 험악하다. 국회만 나오시면 일을 만든다”며 “갑갑하다. 뭐라 말씀드릴 수도 없고”라고 했다.  
 
송 장관이 국회에 나타날 때마다 여당에는 경보가 떨어진다. 예상을 뛰어넘는 답변으로 파란을 불러서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보좌관들은 “장관님이 오실 때마다 오늘 무슨 말씀을 하실지 조마조마하다”고 말한다. 송 장관은 지난 9월 4일 국방위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반대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답해 ‘송 장관 경보령’의 출발을 알렸다. 그달 18일엔 역시 국방위에서 “그분(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 정책 특보는 아닌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작심 발언을 내놔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23일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적부심 석방을 놓고 “참 다행이다”라고 말해 국방위에서 송 장관을 비판하는 민주당과 두둔하는 자유한국당 간 설전이 벌어졌다. 송 장관은 닷새 후인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선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농담을 던졌다가 논란을 불렀다.
 
송 장관의 답변 스타일을 놓고 전직 군 인사들은 “평생을 군에서만 살아온 분이니 당연히 정무적ㆍ외교적 판단보다는 군사적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마련”이라고 옹호한다.
 
하지만 송 장관이 국회을 찾을 때마다 보수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청와대ㆍ안보부처 간딴소리로 공세를 확대한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2일 “송 장관의 해상 봉쇄 답변은 군의 입장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도 설득력이 있다”며 “송 장관 발언을 번번이 뒤집는 청와대의 찍어누르기가 문제”라고 청와대를 성토했다. ‘김관진 석방 다행’ 답변 때도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사람 냄새가 풍겨서 훈훈한 느낌이 든다”고 송 장관을 감쌌다. 전직 국방부 장관까지구속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비인간적이라는 취지다.
 
청와대는 해명에 바쁘다. 해상 봉쇄를 놓곤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석 달전 장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 답변을 놓고 “검토한 바 없다”고 했던 상황과 같다. 송 장관을 놓고 여당은 속에서 끓고 있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대통령이 임명한 안보부처 책임자를 대놓고 공개 비판하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ㆍ통일ㆍ외교 각료들 사이에서 의견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며 “다만 국회 답변은 의사록에 남으니 정부 정책과 일치하도록 해 오해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5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앞두고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5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앞두고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송 장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선뜻 도왔던 군 출신 인사다. 군내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잘 나갔던 군 인사들에게 당시 문재인 대선 캠프가 지원을 요청하자 송 장관이 흔쾌히 나섰다”고 귀띔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이던 송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이지스 구축함 전력화 사업을 설명하면서 당시 배석했던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나름의 인상을 남겼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는 예산 문제 때문에 이지스 구축함 사업을 미루기로 한 상태였는데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왜 필요한지 들어나 보자”고 묻자 송 장관은 이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 인연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은 송 장관을 국방 개혁의 적임자로 여겨 조각 때 기용했다는 후문이다. 채병건ㆍ이철재ㆍ위문희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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