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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200만 달러는 한국인 석좌교수 사업"…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

중앙일보 2017.12.03 16:57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되는 모습. [중앙포토]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되는 모습. [중앙포토]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해외공작금 200만 달러(약 21억원)를 유용한 정황을 포착해 검찰이 2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원 전 원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수용실(구치감)을 압수수색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미국 스탠퍼드대로 송금된 이 돈이 본인의 ‘퇴임 대비용 자금’으로 보인다”는 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의 시각이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이 퇴임한 2013년 초 무렵엔 “원 전 원장이 스탠퍼드대 객원 연구원으로 간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는 2006년 공무원 연수를 통해 이 대학에서 1년간 초빙 연구원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연구원 관계자는 다른 주장을 했다. 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맞나.
“맞다. 내게 직접 전화를 했다. 2011년 9월쯤이었다. ‘미국하고 해외 협력사업을 하면 좋겠다. 스탠퍼드대 연구소 측과 연락해 보라’고 했다. 이렇게 딱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었다.”
 
-연구원과 스탠퍼드대 사이에 교류가 있었나.
“없었다. 신 교수를 알지도 못했고 그쪽의 연구소도 그때 검색으로 알게 됐다. 우리 연구소가 중국, 일본과 해외교류협력 사업을 하는 게 있었는데 그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인가 짐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해오던 대로 전통적인 양해각서(MOU) 교환 스타일로 스탠퍼드대 측과 e메일을 주고 받았다.”
 
-무슨 내용으로 사업을 추진한 건가.
“국정원 기획조정실 사람들에게 들어 보니 ‘코리안 체어(한국인 석좌교수)’라는 사업을 한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적 유학생을 미국 연구소에 석좌 교수로 만들어서 일자리를 주는데 한국인들에겐 그런 기회가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스탠퍼드대 측에서는 한국에서 펀드(기금)가 와야 그런 사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이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 편성을 다 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 연구소는 기존에 하던 종류의 사업이 아니고 돈도 없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계획서와 예산을 가지고 와서 밀어부쳤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때 보낸 200만 달러는 지금도 그대로 스탠퍼드에 있나.
“당시 스탠퍼드대 측에 물어봤는데 ‘기금 사용하는 원칙이 있어 마음대로 못 쓴다’고 들었다. 원 전 원장이 퇴임 후 출국금지가 됐고 코리안 체어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다. 나도 연구원을 떠났다. 돈은 스탠퍼드대 기금위원회에 그대로 남게 됐다. 국정원 사업 계획서 상으로도 원금은 쓸 수 없게 돼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원금에 붙는 5% 정도의 이자 수익을 활용해 한국인 석좌교수의 인건비를 주고 관련 세미나와 학술활동 등을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도 동일한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개인 지시로 해외공작금이 ‘용도 외’로 쓰여 국고손실과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의 지인이 있는 특정 대학의 특정 연구소를 사업처로 선택한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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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검찰 수사는 국정원 주도의 ‘코리안 체어’사업의 실체를 검증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해외공작금의 용도ㆍ범위 규명도 관건이다. 해외공작금이 이같은 성격의 사업에 쓰이는 것이 불법인지는 검찰이 입증해야할 부분이다.
 
윤호진ㆍ박사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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