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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상 재해'로 인정된 25년차 경찰의 무지외반증

중앙일보 2017.12.03 09:00
25년차 경찰의 무지외반증…법원 "단화 때문…공무상 재해"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까락쪽으로 휘면서 관절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중앙포토]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까락쪽으로 휘면서 관절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중앙포토]

“20년 동안 경찰 단화를 신고 하루에 8시간 이상 걸으며 순찰을 하거나 긴급출동시 순찰차에서 신속히 하차해 빠르게 뛰어 몸싸움을 하는 등의 일은 발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25년차 경찰의 발에 생긴 무지외반증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그 판결문에 판사는 이렇게 적었다. 서울행정법원은 경찰공무원 윤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윤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3일 밝혔다.

공무원연금공단 "다른 경찰들은 단화 때문에 부상 사례 없다"며 요양 거절
법원 "직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평균이 아닌 해당 공무원 신체가 기준"

 
판결문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초 양쪽 발뒤꿈치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발목이 삔 줄로 알고 치료를 받았는데 두 달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결과 진단받은 병명은 ‘무지외반증’.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윤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진료비‧간호비‧검사비 등 지급받을 수 있는 ‘공무상요양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지외반증을 경찰공무원의 공무상 질병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수많은 경찰공무원들이 윤씨와 같은 조건에서 같은 단화를 신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무지외반증으로 요양승인 신청을 한 사례는 16년동안 윤씨 포함 2명밖에 없었다”는 연금급여 심의회의 심의 의견도 있었다.  
 
윤씨는 “무지외반증이 발병 또는 악화된 것은 경찰단화를 신고 장기간 업무를 했기 때문인데도 공무원연금공단이 공무상요양을 받아주지 않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경찰 단화 모습. [경찰청 홈페이지]

경찰 단화 모습. [경찰청 홈페이지]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윤씨의 증상에 대해서는 “점점 심해지고 있고 더 심해질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오래 걸으면 무지외반증에 걸린다는 과학적 근거는 희박하다”며 경찰 단화 탓을 하긴 어렵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윤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려대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이 사건과 이 질병 사이에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까지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직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다른 경찰들은 단화 때문에 부상을 입는 일이 거의 없다’는 공무원연금공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심 판사는 “윤씨의 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찰 단화가 윤씨의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 단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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