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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조성룡이 허물어지는 사슴섬을 붙든 이유

중앙선데이 2017.12.03 02:00 560호 29면 지면보기
“소록도에 갈 수 있어요?”

『보안여관에서 소록도를 생각하다』 전시장에서

 
지난 1년간 그는 가끔 전화 걸어 묻곤 했다. 서울에서 전남 고흥군 소록도까지 차로 5시간 거리다. 지난해 9월 한 번 다녀온 후 그 먼 거리가 몸에 박혔다. 이후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동행하지 못했지만, 건축가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대표 겸 성균관대 석좌교수)은 한 달에 한두 차례씩 정말 줄기차게 소록도를 갔다. 자비를 들여서다. 5년간 그래왔다. 일흔셋 건축가의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지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소록도 이야기를 했다. 소록도 고민으로 긴 밤을 지새우고, 의자에 앉아 가끔 졸 뿐이었다.  
 
건축가에게 5년이란 새 빌딩을 한 채 짓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조 선생은 소록도의 폐마을 하나를 소생시키고 있었다. 섬은 한때 6000명에 달하는 한센인을 수용했다. 지금 남은 이는 514명이다. 원래 11개의 마을이 있었으나, 이중 네 마을에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잊힐 따름이다. 기억이 빠져나간 집이 소멸하듯. 
 
섬 입구에는 소록도 문화재 현황을 적어놓은 표지판이 하나 있다. 자혜의원ㆍ형무소ㆍ감금실ㆍ원장관사ㆍ신사 등 13개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두 소록도 주민 한센인이 아닌, 관리자들의 공간들이다. 지금 소록도에서 무엇이 기억되고 있는지 표지판이 알려주고 있다. 
 
5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소록도의 한 폐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조 선생은 소록도에 첫발을 들였다. 그리고 스러져가는 마을을 봤다. 그 틈을 노리는 탐욕스런 개발 욕구도 봤다. 사람의 출입이 제한됐던 터라 사슴이 많은 사슴섬, 소록도의 자연은 신비롭게 아름답다. 
 
하지만 섬을 둘러싼 작은 오솔길이 예뻐 물으면 “한센인이 수영해서 탈출하지 못하게 감시하느라 만든 길”이라는 답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데 아픈 섬이다. 이를 기억하지 않은 채 리조트를 짓고, 사슴 공원을 만들려는 개발 물결에 조 선생은 맞서 싸우고 있다. “집 벽돌 하나가 다 문화재이자 섬 전체가 문화재에요. 일부 개발하더라도 연구가 먼접니다. 섬을 문화로 살려야 합니다.”
 
조 선생은 무너져 가는 서생리 마을(사진)의 집 8채를 골라 최소한의 버팀 장치를 설치했다. 한센인이 뭉그러지는 손으로 빚어 만든 벽돌집이 더는 허물지 않게 철제 비계로 받쳐놨다. 일단 붕괴부터 막자는 조치였다. 그간의 작업과 조사했던 내용을 모아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12월 3일까지 전시회 ‘건축의 소멸’도 열었다. 소록도 보존을 위한, 기억의 소생을 향한 물결이 생겨나고 있는 걸까. 
 
지난달 28일 보안여관에서 만난 조 선생은 전시를 보러 온 독일 건축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전시회 이후,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아이 돈 노우, 노 아이디어….” 
 
조 선생의 절박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의 깊은 한숨이 몸에 또 박혔다. 어떻게 답할 것인가. 
 
 
글ㆍ사진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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