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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개인의 몸 통제” “태아 생명권 여성 결정권에 우선”

중앙선데이 2017.12.03 01:00 560호 12면 지면보기
여성·종교계 ‘낙태죄 폐지’ 공방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여성에 대한 국가의 폭력을 멈추라“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광화문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여성에 대한 국가의 폭력을 멈추라“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낙태죄를 폐지하라!”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천주교 폐지 반대 100만 서명운동
여성단체, “폐지 촉구” 검은 시위

매년 10여 건 기소, 사실상 사문화
남성 상대 민사소송 승소 사례도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 앞. 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1개 여성단체가 주최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에는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검은 두건을 얼굴에 두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성폭력상담소의 한 활동가는 “모든 여성의 임신중절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성폭력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인구 통제를 위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임신 및 중절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여성에게만 지우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한국판 ‘검은 시위’였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의회가 낙태전면금지법을 추진하자 여성들은 검은 옷을 입고 파업 집회를 벌였다. 당시 유럽·미국 등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성의 생식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라는 비판여론이 퍼지며 폴란드 의회는 관련 법안을 철회했다.
 
2010년 이후 두 번째 논쟁 불거져
청와대가 내년부터 ‘낙태(임신중절)죄 폐지’를 검토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행 낙태죄 처벌에는 국가와 남성의 책임이 빠져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조 수석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균형점’ 발언을 잘못 전달하면서 천주교가 논란에 가세했다. 조 수석이 천주교 주교회의 이용훈 생명윤리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지만 천주교 측은 ‘낙태죄 폐지 비상대책회’를 구성하고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천주교 측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보다 인간 생명이 우선한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안 되고 대신 남성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에서 낙태죄 논쟁이 불거진 건 2010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엔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 ‘프로라이프’가 낙태 시술을 하는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낙태죄 폐지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2012년 4대 4로 아슬아슬하게 합헌 결정을 내렸다. 내년 헌재의 두 번째 판단을 앞두고 하급심에서는 낙태죄 처벌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에선 이를 공론화 절차에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을 중심으로 관련 쟁점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낙태죄의 성립 요건은.
“자연분만 시기 전에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하는 행위, 또는 모체 안에서 인위적으로 사망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2005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자의 경우 모체 밖으로 나온 태아가 사망한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낙태죄가 성립된다. 한국은 형법(제270조 1항 등)상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 임신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경우 등에 한해 24주 이내에 허용하고 있다.”
 
현황 및 실제 처벌 사례는.
“보건복지부의 2010년 실태조사에서 16만8738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기소 사례는 한 해 10여 건에 그치고 법원도 선고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2012년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에도 실형 사례는 없었다. 2015년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외도로 임신했다가 낙태한 여성 A씨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으로 형을 낮췄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낙태의 자유를 확대하는 추세고 여전히 낙태죄를 처벌할 것인가에 대해 찬반 양론이 대립되고 있다.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남편의 복수심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수정란 착상 이후부터 생명권 인정”
태아의 생명권은 언제부터 인정되나.
“헌재는 2012년 결정에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된 이후’부터 생명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후에는 ‘자궁에 착상된 태아는 생물학적 분화 단계를 기준으로 차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까지는 통상 14일이 걸린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24주 전의 태아는 폐포(肺胞)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자궁 배출 이후 자가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고, 특히 1~12주는 인간의 특징인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을 갖추지 못해 감각·지각을 형성할 수 없어서 해외에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시했다.”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판단은.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중요하다고 봤지만 반대 의견은 ‘미혼모 문제, 해외 입양 문제, 영아 유기·치사 문제, 고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일정 시점까지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단체는 ‘낙태 문제를 태아 대 여성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임신중절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천주교 등 종교단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 낙태 시술로 인한 피해는.
“사망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2년 11월 여고생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다 사망했다. 올해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는 낙태 시술 중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한 30대 여성의 유가족에게 담당 의사가 1억35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현재 산부인과에서 임신중절에 이용되는 약물(싸이토텍)은 위·십이지장 궤양 등 소화성 궤양용제로만 허가돼 있어 다른 용도로 쓸 경우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현행법상 남성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능할까.
“형법 처벌조항은 ‘부녀’와 낙태 수술을 한 의사·조산사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은 제외된다. 민사소송으로 여성이 일부 승소한 판례는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7월 미혼 여성 C씨와 교제하다가 C씨를 임신·낙태하게 한 유부남 D씨에게 15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D씨가 혼인 사실을 속이고 교제를 지속한 부분이 고려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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