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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앙숙' 민주·국민…호남고속철로 '초고속 협치'한 배경은?

중앙일보 2017.12.03 00:30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자라도 KTX가 무안공항을 다니게 한당께 다행이지라. 정기 국제노선 하나가 없는디, 무슨 국제공항이다요?”
 

호남 민심, 민주·국민의당 '협치'에 '박수'
양당, 호남고속철 무안공항 경유에 합의
김동연 부총리 "내년 예산에 반영" 화답

일각선 "이번 협치도 당리당략" 비난도
"예산정국·내년선거용 민심 카드" 주장
지역민들, "5·18특별법 등도 협력해야"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공항 앞. 택시기사 박민성(58·무안군)씨가 호남고속철의 무안공항 경유에 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박씨는 “무안공항은 인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만큼 애초부터 KTX가 다녔어야했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해서 무안공항을 살린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왼쪽부터),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황주홍 예결위 간사,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왼쪽부터),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황주홍 예결위 간사,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무역업을 하는 정희선(51·목포시)씨는 “회사 업무상 중국 출장이 잦은데 무안이나 광주공항은 항공편이 많지 않아 인천이나 김해공항까지 가고 있다”며 “두 당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만큼 무안공항이 국제공항의 위상을 갖추는 데도 힘을 합쳤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고속철 2단계 노선의 무안공항 경유에 합의한 데 대해 호남 지역 유권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KTX의 무안공항 경유는 두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의 최대 숙원사업이자 해결과제로 꼽혀왔다.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남고속철의 무안공항 경유 노선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이날 양당은 ‘호남권 KTX 공동정책협의회’를 통해 ‘호남선 KTX 2단계 사업은 광주 송정역에서 무안공항을 경유해 목포에 이르는 노선이 가장 현실적이고 적합하다’고 밝혔다.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국토교통부 역시 이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호남고속철도 2단계 광주 송정~목포 노선을 무안공항 경유 노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내년 중 기본계획을 완료하고 2020년 착공, 2025년 개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무안공항 활성화 방안을 요구해온 호남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온 두 당이 모처럼 협치를 보여준 것이어서 유권자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무안공항은 2007년 11월 서남권의 허브공항을 표방하며 개항했지만 ‘만년 적자공항’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광주와 목포·순천·여수 등 전남 지역 도시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항공편 역시 매년 줄어들고 있어서다.
 
올해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유일한 정기 노선이던 무안-베이징 항공편이 지난 10월부터 사라졌다. 적자 규모 역시 2013년 76억2300만원, 2014년 78억800만원, 2015년 89억6700만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0억원까지 늘었다.    
 
호남고속철도의 무안국제공항 경유를 촉구하는 집회가 지난 9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호남고속철도의 무안국제공항 경유를 촉구하는 집회가 지난 9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이에 지역민들은 “SOC 확충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호남고속철의 무안공항 경유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고 광주·무안공항 통합 등을 통해 서남해권 물류·교역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무원 김찬연(46·광주광역시)씨는 “두 당의 협치에 정부도 동의한 만큼 호남고속철의 조속한 착공을 통해 무안공항과 연계한 철도망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당의 이번 협력이 서로의 실리를 추구하려는 포석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예산처리 통과와 호남민심 회복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선 KTX 공동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민의당과 합의한 호남선 KTX의 무안공항 경유 결정에 대해 “협치의 성과물”이라며 “여야가 한마음으로 민생예산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2018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이틀 앞둔 가운데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또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위한 예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야당의 전향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당의 경우는 내년 6·13지방선거를 겨냥해 민주당과 협력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의 텃밭인 호남의 표심을 회복하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월 총선 때만 하더라도 지역구가 총 28석인 호남에서 23석을 휩쓸며 호남 표심을 장악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도. [연합뉴스]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도. [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대통령선거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 보수정당과의 통합 내홍 등을 거치며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민의당은 올해 대선 당시 광주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가 30%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6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 후보들이 53%의 표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지지도가 23%포인트나 떨어졌다.
 
전남 역시 문 대통령이 59%를 득표했지만 안 전 대표는 30%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 28%, 전남 30%를 득표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배가량 지지율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8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8일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두 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호남고속철 외 다른 현안들에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다. 양당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여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과 5·18 진상규명과 가해자들을 단죄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양당의 협력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평소 이용객이 적어 환전소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프리랜서 장정필

평소 이용객이 적어 환전소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프리랜서 장정필

지병근(49)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두 당은 한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았는데도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며 “이번에 보여준 협치와 상생을 바탕으로 텃밭인 호남뿐만이 아닌, 전국의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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