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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백선생·스타필드 … 장사 되는 기업엔 규제 칼날

중앙선데이 2017.12.03 00:02 560호 6면 지면보기
홍종학의 중소벤처기업부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홍종학 장관은 ’생활밀착 규제, 불평등 규제, 신산업 진입 규제 등 3대 불합리 규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홍종학 장관은 ’생활밀착 규제, 불평등 규제, 신산업 진입 규제 등 3대 불합리 규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중기부 출범식에 참석해 홍종학 장관에게 힘을 실어 줬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중기부 출범식에 참석해 홍종학 장관에게 힘을 실어 줬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뒤늦게 정식 출범식을 했다. 올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184일 만이다. 당초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성진 포스텍 교수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등 예기치 못한 우여곡절이 잇따라 발생한 까닭이다. 박 교수에 이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홍종학(58) 전 의원 역시 야당 반발에 부딪히자 청와대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

184일 만에 늦깎이로 공식 출범
문 대통령 현장 참석해 힘 실어줘
유통업계 ‘면세점 트라우마’ 불안감

“장관이 벤처는 잘 모를 텐데
골목상권 규제는 잘하겠지만…”
최근 재벌 개혁보다 혁신경제 강조

 
장관 임명까지의 논란 때문인지 이날 출범식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홍종학 초대 중기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 줬다. 문 대통령은 “저 역시 골목상인의 아들”이라며 “새 정부의 유일한 신생 부처인 만큼 스스로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처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달라”고 말했다. 홍 장관 역시 미리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스크린에 띄우며 무선마이크(인이어)를 꽂고 발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른바 ‘3대 불합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밀착형 규제, 불평등 규제, 신산업 진입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홍 장관의 발표 직후 한 벤처기업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산업 진입 규제를 풀겠다고요? 장관이 벤처는 잘 모를 텐데요. 골목상권 관련 규제는 잘하겠지만….”
 
“금난전권과 다를 게 뭐냐” 비판도
“재벌은 평상시에는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며 불공정 경쟁을 일삼아 많은 중소기업을 몰락하게 만드는 반면 (중략) 중소기업과 달리 쉽사리 퇴출되지 않는 부실한 재벌기업은 바로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아 전체 경제의 조화를 깨는 것이 문제가 되는 ‘암세포’와 같다.”
 
2001년 홍 장관이 펴낸 저서 『한국은 망한다』의 내용 일부다. 그는 경제학 교수(가천대) 출신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졸업한 다음, 미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렇지만 주류 경제학이라 할 수 있는 통화주의·계량경제학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노선을 걸었다. 특히 8년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재벌개혁위원장·경제정의연구소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사회는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경쟁으로 내몰지만 희생된 사람에게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경쟁만 부르짖는 정치 지도자와 경쟁에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기업에 우리의 운명을 맡긴 한국 사회”라고 썼다.
 
이케아·다이소·신세계 스타필드 같은 전문 매장이나 복합쇼핑몰 역시 홍 장관은 영업 규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홍 장관은 “그간 규제 사각지대였던 대형 쇼핑몰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더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케아 등 전문점으로 등록된 경우라도 실질 업태가 대형마트와 유사하다면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승호(전 한국유통학회장) 숭실대 교수는 “이케아나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이 시내가 아닌 교외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로 볼 수 있다”며 “그들이 시내에 위치한 골목상권과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TV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으로 유명한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역시 중소기업 지위를 박탈당할 전망이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새마을식당·빽다방·한신포차 등 총 20개 이상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749억원을 기록해 중소기업 법적 기준(매출 1000억원)을 넘겼으나 2019년 3월까지 중소기업 졸업유예제도를 적용받아 출점 제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지만 홍 장관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후보자 시절인 지난달 8일 그는 국회 서면질의답변서를 통해 “더본코리아처럼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 등에 대해선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유통업계는 5년 전 면세점 사업권 문제를 놓고 홍 장관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이던 2012년 홍 장관이  기존 10년인 면세 특허권 갱신 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심사를 강화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 후 각 업체는 면세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공무원 로비에 몰두했고, 일부 업체는 뇌물까지 제공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롯데의 경우 특허권 갱신을 받지 못해 연 매출 6000억원 규모의 잠실 롯데월드점을 일시 폐업하기까지 했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더 시장 친화적인 방안이 있음에도 홍 장관이 당시 내놓은 법안은 관치의 범위를 도리어 확장시켰다”며 “국가가 허가해 준 업체만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금난전권’과 홍 장관의 사고관이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2014년부터 편의점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위치한 미니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즉시 소비세(8%)를 면제해 주는 형태로 면세점 제도를 개편했다.
 
근로시간 단축 “반드시 가야 하는 길”
홍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휴식해야 혁신할 수 있고, 생산성이 높아져야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데 단순반복 노동을 오랜 시간 한다면 앞으로 중국·베트남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취임 후 1호 정책으로는 ‘기술임치제’를 내세웠다. 기술임치제도란 중소·중견기업의 핵심 기술자료를 제3의 공공기관(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해 뒀다가 향후 기술 유출이나 특허 논란이 생기면 기술 개발 및 보유 사실을 입증해 주는 제도다. 특허 출원과 다른 점은 공개를 원하지 않는 기술이나 영업비밀을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1930~40년대 기술임치제가 도입된 미국·영국에선 현재 기술보호 안전장치로 보편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2008년부터 도입됐으나 활용도가 낮았던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중기부의 현재 목표다.
 
홍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려면 좋은 기술과 기업을 제대로 인수합병(M&A)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술 M&A를 하는 대기업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기술 약 9000건이 임치된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 수가 300만 곳에 달한다는 점으로 볼 때 임치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85%가 적어도 1개 이상의 소프트웨어를 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세대 간 증여가 문제가 됐기 때문인지 상속 문제에 대해선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그는 “여야 모두 가업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상속·증여세를 탈루하는 방식이 아닌 이상 건전한 가업 승계는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혁신성장 전진기지 될지는 아직 미지수
기존 중소기업 정책, 골목상인 보호 정책에서 홍 장관이 나름대로 강점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벤처·스타트업을 비롯한 신(新)산업 분야는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도 홍 장관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만 하더라도  경제성장률과 글로벌 혁신 순위가 동반 하락하는 점을 지적하며 혁신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무역 순위는 7∼8위지만 규제 순위는 95위인 ‘안 돼 공화국’”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지만 이날 중기부가 발표한 ‘스마트 공장 보급 및 확산 대책’은 회의 며칠 전 주제가 급히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형 산업생태계 구축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준비가 미흡하자 급히 스마트 공장으로 변경됐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혁신성장이라는 것 자체가 노동·자본 등 기존 생산요소와는 다른 기술을 바탕으로 신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 아니냐”며 “중기부보다는 기재부나 청와대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하는 일로 본다”고 꼬집었다.
 
다만 홍 장관은 최근 들어 재벌 규제보다 혁신성장이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대선 이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비판보다는 꾸준하게 ‘홍종학의 혁신경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특히 미국의 e커머스 업체 아마존에 대해 “소비자들의 지불 능력에 맞춰 소비자들의 기분을 좋게 하며 소비자의 지갑을 탈탈 털어내는 기법을 이미 수십 년간 고민해 왔다”고 평가했다. 또 “전쟁의 승패는 신기술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는 상상력에 의해 좌우된다”고도 적었다. 구호만 외치며 아마존을 표면적으로 흉내 내기보다는 새로운 기술 기반 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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