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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결과 있어도 나쁜 경험 없더라” 현대차 공모전 1위 ‘유니스트 삼총사’

중앙일보 2017.12.03 00:01
현대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공모전 ‘해커로드 2017’에서 1위를 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4학년 정재휘·김준석·김영렬군(왼쪽부터). 최은경 기자

현대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공모전 ‘해커로드 2017’에서 1위를 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4학년 정재휘·김준석·김영렬군(왼쪽부터). 최은경 기자

새로운 세상에 나가기 전,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해 좋은 성과를 낸 이들이 있다. 지난 11월 17일 현대차그룹이 주최한 소프트웨어 개발 공모전 ‘해커로드 2017’ 결선에서 1위를 한 대학생 김준석(22)·정재휘(21)·김영렬(22)군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4학년 동기생인 이들은 “나쁜 결과는 있어도 나쁜 경험은 없다”며 ‘공모전 도전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현대차 ‘해커로드 2017’에서 264팀 중 1위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4학년 동기생들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 선보여
“스펙 쌓으려 공모전 참여는 멋지지 않아”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 기여 등 꿈 꿔
“진로 결정 전 내 행복의 기준 찾아야”

지난달 30일 울산 울주군 UNIST 대학본부 4층 U-카페에서 이들을 만나 대학 4학년생의 ‘진로와 행복’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번 해커로드의 주제는 커넥티드 카 및 인포테인먼트(자동차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과 시스템) 관련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것이었다. 
 
지난 9월 대학생·대학원생·일반인 264팀이 예선을 치러 본선 40팀, 결선 8팀(이하 11월)을 거쳐 1~3위를 가렸다. 40팀 가운데 10팀은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 팀이었다.
유니스트 1위 팀이 선보인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 시연 장면. [사진 김준석]

유니스트 1위 팀이 선보인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 시연 장면. [사진 김준석]

이들은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을 선보였다. 운전자가 차선 이탈, 방향지시등·전조등 점멸 등의 실수를 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주인님, 차선 변경 시 미리 방향등을 키셔야 해요’ 식으로 음성 조언해주는 시스템이다. 김준석군은 “실수할 때마다 음성이 나오면 잔소리처럼 느낄 것 같아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조언하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5가지 실수에 대한 조언만 나오지만 주차 조언, 고속도로 운전법 등 필요에 따라 기능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기계의 자기 학습 방법) 기술을 이용했다. 
 
현대차 측은 “시장성·독창성·실현가능성 면에서 참가 팀 중 가장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공모전에 참가한 이유는.
김준석: 대학 졸업 전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평소 기계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접목에 관심 있어 기계공학도로서 해커톤에 참가하면 좋을 것 같았다. 상금, 스펙을 보고 하진 않았다. 그건 멋지지 않다(웃음).
 
공모전 첫 참가라 들었는데. 
정재휘: 준석이는 2학년 때 창업 공모전에 나가서 3위를 한 경험이 있다. 나와 영렬이는 처음이다. 이번에도 준석이가 나가자고 제안했다. 3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아이디어 짜는 데만 한 달 걸렸다. 준석이가 휴학 중이라 주로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회의했다.
공모전에서 기획과 발표를 맡은 김준석군은 4번 창업해 4번 망한 경험이 있다. 최은경 기자

공모전에서 기획과 발표를 맡은 김준석군은 4번 창업해 4번 망한 경험이 있다. 최은경 기자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정재휘: 처음에는 사용자 리뷰를 모아 차를 추천해주는 아이템을 생각했다. 근데 진부하더라. 서류 제출 3일 전까지 아이템을 못 정하다 셋이 종일 학교 연못을 거닐며 떠올렸다. 대학생 중 초보운전자가 많아 공감하며 기획했다.
 
김준석: 초보운전자들이 처음 운전할 때 애를 많이 먹지 않나. 운전 배우다가 싸우기도 하는데 자동차가 조언자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보운전자뿐 아니라 고령자 등 운전 약자 모두를 위한 시스템이다. 
 
1위 한 비결이 뭔 것 같나.
김영렬: 대학생으로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처음부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준석이와는 조정선수로 같이 운동을 했고 재휘는 연구실 동료라 마음이 잘 맞았다.
 
김준석: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했는데 한계를 뛰어넘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상 제작, 발표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아주 작은 것까지 정말 여러 번 수정했다. 두 친구가 열심히 하니 나도 1인분은 해야지 싶어 모르는 건 배우고 몇 번씩 확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었다.
 
정재휘: 최근 임신부석을 만든다는지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분위기지 않나. 앞으로 나갈 방향도 그렇고. 그런 사회 분위기와 잘 맞은 것 같다. 
정재휘군은 부모님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정재휘군은 부모님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세 학생의 팀 이름은 ‘잘리스(JALIS, Just A Little Intelligent System)’로 ‘조금 똑똑한 시스템’이란 뜻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JAVIS, Just A Very Intelligent System)에서 ‘매우’를 ‘조금’으로 바꿨다. 팀에서 김준석군은 기획과 발표, 정재휘군은 코딩, 김영렬군은 영상편집과 시뮬레이션 제작 등 시각화를 담당했다.
 
공모전 1위로 현대차에 입사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나. 꿈이 뭔가.
김준석: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에 기여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운전자가 자동차 관리, 법규 등에 관심이 많지 않고 자동차를 도구로만 여긴다. 역사·문화가 있는 한국 자동차의 고유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다. 가까운 미래의 목표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거였는데 이뤄진 것 같아 좋다.
 
김영렬: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게 목표다. 대학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 후회 없는 생활을 하자고 했다. 조정선수로도 활동하고 중학생 멘토링, 이번 공모전까지 여러 활동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 꿈이다. 
 
정재휘: 미래산업에 관심이 많다. 머신러닝·빅데이터 관련 연구에 참여한 적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김영렬군은 조정 선수 활동, 중학생 멘토링, 공모전 참여 등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고맙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김영렬군은 조정 선수 활동, 중학생 멘토링, 공모전 참여 등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고맙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대학생을 보는 시선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면 요즘은 불쌍하다고 한다. 대한민국 20대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가.
 
정재휘: 우리 세대가 과도기 세대다. 부모님·선생님도 겪은 적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학생들이 스스로 정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든, 스스로 찾든 여러 고민이 필요한 과정이다.
 
김준석: 요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있지 않나. 쉽게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고 해석하는데 그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공부할 때 최선을 다해 하고 놀 때는 최선을 다해 즐기는 거다.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으면 된다. 
 
김영렬: 현실적으로 우리가 좀 그런 환경에 있다. 치열한 서울과 조금 떨어져 있는 데다 학교에서 취업보다 연구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또 대부분 기숙사에 사니까 부모님 걱정에서도 더 자유롭다.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친구들이 많다.  
공모전에서 1위 한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잘리스 팀. 잘리스(JALIS, Just A Little Intelligent System)’는 ‘조금 똑똑한 시스템’이란 뜻이다. 최은경 기자

공모전에서 1위 한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잘리스 팀. 잘리스(JALIS, Just A Little Intelligent System)’는 ‘조금 똑똑한 시스템’이란 뜻이다. 최은경 기자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정재휘: ‘주저 없이해봐라’다. 
 
김준석: 효율을 따져 필요한 것만 골라 하기 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꾸준히 시도해보면 좋겠다. 우리에겐 체력·열정·시간이 있고 상대적으로 30·40대보다 잃을 건 많이 없지 않나. 실패해도 얻는 게 있다. 창업 인턴십에 참여해 창업 기획을 여러 번 했다. 실력과 사업성이 부족하다 느껴 창업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 이번 공모전도 수상보다 내가 원하는 비전에 맞춰서 준비했다. 열심히 해보면 좋든 나쁘든 결과가 나온다. 어떤 등수를 받든 좋은 경험이고 자산이다.
 
김영렬: 대학 4년을 돌아보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참 고맙다.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다. 고마움을 느끼면 행복해진다. 학점이 아무리 잘 나와도 어딘가에는 나보다 높은 학점을 받은 사람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자리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길 바란다. 공모전을 하면서도 처음이라 정말 잘 몰랐다. 좌절하지 않고 주변에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해야 최선을 다하는 건가.
김준석: 한 달을 더 줘도 더 나은 걸 만들 수 없다고 느낄 때?
 
정재휘: 대학 입학했을 때 교수님과 면담에서 취업과 연구 중 어떤 길을 갈지 여쭤본 적 있다. 교수님이 ‘너의 행복의 기준은 뭐냐’고 물으시더라. 그걸 모르고 어떻게 정하냐고.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과 행복의 기준을 찾길 바란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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