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공모전 ‘해커로드 2017’에서 1위를 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4학년 정재휘·김준석·김영렬군(왼쪽부터). 최은경 기자
현대차 ‘해커로드 2017’에서 264팀 중 1위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4학년 동기생들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 선보여
“스펙 쌓으려 공모전 참여는 멋지지 않아”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 기여 등 꿈 꿔
“진로 결정 전 내 행복의 기준 찾아야”
이번 해커로드의 주제는 커넥티드 카 및 인포테인먼트(자동차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과 시스템) 관련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것이었다.
지난 9월 대학생·대학원생·일반인 264팀이 예선을 치러 본선 40팀, 결선 8팀(이하 11월)을 거쳐 1~3위를 가렸다. 40팀 가운데 10팀은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 팀이었다.
![유니스트 1위 팀이 선보인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 시연 장면. [사진 김준석]](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03/d146f070-4a6a-4889-8cc6-ba3dfeb4a008.jpg)
유니스트 1위 팀이 선보인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 시연 장면. [사진 김준석]
현재는 5가지 실수에 대한 조언만 나오지만 주차 조언, 고속도로 운전법 등 필요에 따라 기능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기계의 자기 학습 방법) 기술을 이용했다.
현대차 측은 “시장성·독창성·실현가능성 면에서 참가 팀 중 가장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 공모전에 참가한 이유는.
- 공모전 첫 참가라 들었는데.

공모전에서 기획과 발표를 맡은 김준석군은 4번 창업해 4번 망한 경험이 있다. 최은경 기자
-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김준석: 초보운전자들이 처음 운전할 때 애를 많이 먹지 않나. 운전 배우다가 싸우기도 하는데 자동차가 조언자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보운전자뿐 아니라 고령자 등 운전 약자 모두를 위한 시스템이다.
- 1위 한 비결이 뭔 것 같나.
김준석: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했는데 한계를 뛰어넘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상 제작, 발표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아주 작은 것까지 정말 여러 번 수정했다. 두 친구가 열심히 하니 나도 1인분은 해야지 싶어 모르는 건 배우고 몇 번씩 확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었다.
정재휘: 최근 임신부석을 만든다는지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분위기지 않나. 앞으로 나갈 방향도 그렇고. 그런 사회 분위기와 잘 맞은 것 같다.

정재휘군은 부모님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 공모전 1위로 현대차에 입사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나. 꿈이 뭔가.
김영렬: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게 목표다. 대학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 후회 없는 생활을 하자고 했다. 조정선수로도 활동하고 중학생 멘토링, 이번 공모전까지 여러 활동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 꿈이다.
정재휘: 미래산업에 관심이 많다. 머신러닝·빅데이터 관련 연구에 참여한 적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김영렬군은 조정 선수 활동, 중학생 멘토링, 공모전 참여 등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고맙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 대학생을 보는 시선이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면 요즘은 불쌍하다고 한다. 대한민국 20대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가.
정재휘: 우리 세대가 과도기 세대다. 부모님·선생님도 겪은 적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학생들이 스스로 정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든, 스스로 찾든 여러 고민이 필요한 과정이다.
김준석: 요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있지 않나. 쉽게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고 해석하는데 그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공부할 때 최선을 다해 하고 놀 때는 최선을 다해 즐기는 거다.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느낄 수 있으면 된다.
김영렬: 현실적으로 우리가 좀 그런 환경에 있다. 치열한 서울과 조금 떨어져 있는 데다 학교에서 취업보다 연구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또 대부분 기숙사에 사니까 부모님 걱정에서도 더 자유롭다.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친구들이 많다.

공모전에서 1위 한 ‘초보운전자를 위한 조언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잘리스 팀. 잘리스(JALIS, Just A Little Intelligent System)’는 ‘조금 똑똑한 시스템’이란 뜻이다. 최은경 기자
-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김준석: 효율을 따져 필요한 것만 골라 하기 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꾸준히 시도해보면 좋겠다. 우리에겐 체력·열정·시간이 있고 상대적으로 30·40대보다 잃을 건 많이 없지 않나. 실패해도 얻는 게 있다. 창업 인턴십에 참여해 창업 기획을 여러 번 했다. 실력과 사업성이 부족하다 느껴 창업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 과정이 헛되지 않았다. 이번 공모전도 수상보다 내가 원하는 비전에 맞춰서 준비했다. 열심히 해보면 좋든 나쁘든 결과가 나온다. 어떤 등수를 받든 좋은 경험이고 자산이다.
김영렬: 대학 4년을 돌아보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참 고맙다.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다. 고마움을 느끼면 행복해진다. 학점이 아무리 잘 나와도 어딘가에는 나보다 높은 학점을 받은 사람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자리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길 바란다. 공모전을 하면서도 처음이라 정말 잘 몰랐다. 좌절하지 않고 주변에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 어떻게 해야 최선을 다하는 건가.
정재휘: 대학 입학했을 때 교수님과 면담에서 취업과 연구 중 어떤 길을 갈지 여쭤본 적 있다. 교수님이 ‘너의 행복의 기준은 뭐냐’고 물으시더라. 그걸 모르고 어떻게 정하냐고.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과 행복의 기준을 찾길 바란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