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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치매 엄마 간병한 언니가 집을 독차지하려 해요

중앙일보 2017.12.02 04:00

엄마는 2년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10년 전에 돌아가셨고요. 부모님은 딸만 셋을 두셨고, 제가 막내입니다. 엄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한 후 처음에는 미혼인 제가 엄마 집에 들어가 엄마를 돌보며 지냈어요. 이후 큰형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갈 곳이 없어진 큰언니 내외가 엄마 집에서 살면서 엄마를 보살피게 되었습니다. 

 
 
큰언니 내외가 엄마 집에 살면서 엄마를 보살피게 되었습니다.(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

큰언니 내외가 엄마 집에 살면서 엄마를 보살피게 되었습니다.(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

 

배인구의 이상가족(29)
엄마 사망 후 자필증서 유언장 발견
유언 무효 입증 소 제기해야
유언장 형식 문제삼을 수도
유류분 침해 검토 후 권리 주장도 가능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도 저 혼자보다 큰언니와 형부가 엄마랑 사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 생각했어요. 큰언니가 엄마 집에 들어올 무렵 엄마는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간혹 했지만, 정신을 완전히 놓은 상태는 아니었어요. 큰언니 내외가 많이 고생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엄마가 저축해 놓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었지만, 치매 노인을 보살피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마친 후에 엄마가 살던 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일이 발생했습니다. 난데없이 큰언니가 그 집은 엄마가 자기에게 줬다면서 종이 한장을 보여주었어요. 그 종이는 유언장이었습니다. 엄마가 자필로 작성한 것이라는데, 과연 엄마가 유언장을 작성할 만큼 정신이 있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언니가 엄마 손을 잡고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와 작은언니는 집을 팔면 반은 큰언니에게 주려고 했어요. 엄마를 마지막까지 보살펴 주었고 집을 팔면 당장 갈 곳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엄마를 간병했어도 큰언니가 그 집을 다 차지하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1년 넘게 큰언니 내외는 엄마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으니까요. 상속 다툼은 돈이 많은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달랑 집 한 채 상속받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맘이 복잡해집니다.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힘드실 텐데 언니와 재산 다툼을 할지 모르니 속상하시겠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유언장이 정당하고 요건에 맞게 작성됐다면 유언의 효력대로 집은 큰언니가 상속받게 됩니다. '정당하게 작성됐다'는 의미는 유언장에 기재된 작성 시기에 엄마에게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례자의 주장대로 엄마는 유언장이 무엇인지 이해할만한 정신 능력이 없는데 언니가 엄마 손을 잡고 작성한 것이라면 그 유언은 무효가 되겠죠. 그런데 유언이 무효라고 인정받으려면 보통은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소를 제기해서 무효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쉬운 소송은 아니죠. 
 
또 엄마가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유언이 법이 정한 형식대로 작성됐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민법은 자필증서 유언이 유효하려면 유언자가 전문을 작성해야 하고 작성연월일과 주소, 성명을 기재한 후 날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언니가 보여준 유언장에 엄마의 이름만 기재돼 있을 뿐 인장이나 무인이 날인돼 있지 않으면 그 유언은 무효가 되겠죠.  
 
유언장 작성. 변선구기자

유언장 작성. 변선구기자

 
마지막으로 유언장이 법이 정한 요건대로 제대로 작성됐다면 사례자는 유류분의 침해가 있었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사망한 사람이 유언으로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상속재산 중 일정 비율을 법정상속인이 상속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사례자의 경우 법정상속인이 직계비속인 3자매가 되니 법정상속분은 각 1/3이 되고,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이니 1/6(=1/3x1/2)이 되겠군요. 그런데 사례자는 당초 집을 처분하면 반은 큰언니를 주려고 하셨다니 사례자가 상속받을 거라고 예상하신 상속분은 큰언니에게 주고 남은 1/2을 작은언니와 공평하게 나눈 1/4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상했던 상속분은 1/4이고 법에 따라 계산한 유류분은 1/6이 되니 이 차이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지혜로운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스산하실 텐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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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 필진

[배인구의 이상(理想)가족]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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