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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대륙은 살아있다는 깨달음

중앙일보 2017.12.02 01:34 종합 28면 지면보기
최성우 과학평론가

최성우 과학평론가

지난해 경북 경주 지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는 포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사상 처음으로 대입 수학능력시험마저 연기되는 일이 있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는 최근 화산이 크게 분화해 수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때 발이 묶이는 소동을 빚었다.
 
지진이나 화산은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자주 겪어 온 바 있지만 그것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밝혀진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다른 과학 분야보다 상당히 늦은 편인데, 여기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 과학자가 바로 대륙이동설을 처음 주장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획기적인 이론이었는데 그만큼이나 극적인 그의 생애 역시 함께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공감의 과학 12/2

공감의 과학 12/2

“전 세계의 대륙은 원래에는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으나 분열하고 이동한 결과 5대양 6대주를 이루게 되었다. 산맥의 형성이나 지진·화산과 같은 지질현상 대부분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학계에서 황당하다고 치부되었을 뿐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베게너는 분리된 대륙의 단층구조·산맥, 그리고 생물의 화석 등 여러 지질학적·고생물학적 근거 등을 동원했으나 자신의 이론을 위해 결국 목숨마저 바치게 되었다. 대륙이동의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해 떠난 그린란드 원정에서 거센 눈보라를 맞아 숨지면서 그의 이론 역시 수십 년간 잊혔다. 1950년대 이후에야 대륙이동의 결정적 증거들이 발견되고, 여러 대륙이 몇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맨틀 위를 떠다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게너의 이론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가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지질학뿐 아니라 천문학·기상학·고생물학 등 인접 분야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탐험가로서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늘날의 과학 교육에서도 특히 강조되는 ‘융합 연구’의 선구자인 셈으로, 중요한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지진과 화산이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는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그 근본 원인을 밝히는 데에 크게 기여한 베게너의 이름은 길이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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