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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쏜 직후 대화국면 강조한 청와대 … 백악관 동의할까

중앙일보 2017.12.02 01:05 종합 3면 지면보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일 국회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송 장관은 미국 정부가 대북 해상 봉쇄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것이 요구되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일 국회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송 장관은 미국 정부가 대북 해상 봉쇄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것이 요구되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과 30일 연이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북한이 29일 새벽 발사한 ‘화성-15형’ 미사일에 대한 긴급 논의였다. 이틀에 걸쳐 두 정상은 1시간20분간 대화했다. 특히 30일 통화는 1시간에 달했다. 그러나 정상 간 공통분모는 “북한의 핵에 대해 더 강한 압박과 제재를 해야 한다”는 총론적인 것이었다. 한·미 정상의 이틀간 대화에 주목해야 할 ‘숨은 코드’는 무엇일까.
 

양국 정상 80분 통화 숨은 코드
청와대 “북핵 완성 뒤 대화 가능성”
백악관은 본토 위협 상황에 방점
‘새 국면’ 생각 달라 통화 길어진 듯
대북 제재 방식도 결론 결국 못내

① 북핵 ‘새로운 국면’에 대해 논의했으나=30일 통화가 이뤄진 오후 10시는 미국 워싱턴 시간으로 오전 8시였다. 통상 9시에 시작되는 공식 업무 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두 정상은 북한이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의미와 현 상황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각자의 판단에 대한 여러 차례 발언이 이어지면서 통화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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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청와대 측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화성-15형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미사일 완성’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새로운 ‘대화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핵을 탑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셀프 인정’ 상황이 발생했으니 이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게 됐고, 두 정상이 이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통화 후 양국은 ‘새로운 국면’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는 발표는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게 된 상황 자체가 ‘새로운 국면’이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데까지 동의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②화성-15형 기술력은 이견=30일 통화 후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는 ICBM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화성-15형에 대해 “지금까지의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대기권) 재진입과 종말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성-15형을 ICBM으로 못박지 않으려 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③‘한마디’에 그친 중국 관련 언급=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 정상의 통화에서 ‘중국’과 관련된 언급은 딱 한 번 나왔다”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께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설명이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미국시간) 시 주석에게 전화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달 중순 중국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런데도 중국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대북 ‘해상 봉쇄’와 같은 구체적인 제재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약속시간은 잡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추가로 통화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북 공조와 관련해 ‘디테일(각론)’은 3차 통화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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