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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덜 내려 재판받다 금액 커질 수도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2013년 폭행죄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서 공판 절차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법원이 벌금 등을 부과하는 처분으로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재판을 받겠다고 한 것이다. 폭행 장면이 폐쇄회로TV(CCTV) 화면에 선명히 찍혔지만 “CCTV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사건 목격자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들은 생업을 중단하고 법정에 나와야 했다. 몇 달간 정식재판을 거쳐 A씨는 그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경우 법원은 기존의 형량보다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다. 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이 더 불리하게 돼서는 안 된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때문이다.
 

정식재판서 벌금 못 올리는 점 악용
소송 남발 부른 ‘불이익 금지’ 폐지

앞으로 A씨처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간 ‘큰코다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법무부는 1일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불이익변경의 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벌금형의 범위 내에서 형량 상향을 가능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판결문에 상향 이유를 기재하도록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피고인들이 무분별하게 정식재판을 청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정식재판 청구를 악용해 행정처분을 늦추며 불법 영업을 계속하는 사례도 있다. 2012년 B씨는 불법으로 도우미 노래방 영업을 하다 적발돼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면서 2년 넘게 불법 영업을 계속했다. 판결에 불복해도 벌금은 50만원을 넘지 않고 유죄 확정 전까지 영업정지 처분이 지연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대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다. 한 국선변호인은 “유·무죄를 다투기보다 시간을 끌거나 우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불이익을 두려워해 정식재판 청구를 망설이는 등 재판 청구권이 침해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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