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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적부심 석방 … “무조건 구속은 구태” vs “영장 2심제냐”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쉽게 말해 쌍팔년도식 수사는 더 이상 곤란하다는 의미다.” 최근 구속적부심사에서 피의자들이 잇따라 석방돼 검찰의 불만이 고조되자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1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조건 체포·구속하던 수사 관행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밤샘조사 뒤 긴급체포는 위법”
전병헌 전 보좌관 조모씨 풀어줘
김관진·임관빈도 “다툼 여지” 석방

검찰 “영장심사 해놓고 뒤집나”
중대범죄자 증거인멸 우려 제기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열흘 사이 3명의 구속 피의자를 구속적부심에서 풀어 줬다. 지난달 30일 전병헌(59) 전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된 조모(46)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석방됐다. “밤샘 조사를 받은 뒤 긴급체포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였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사건으로 구속된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64) 전 국방정책실장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달 22일과 24일 각각 석방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구속영장심사를 2심제로 하는 거다”고 비판했다. 영장전담 판사가 내린 결정을 얼마 지나지 않아 뒤집은 법원에 대한 불만이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럴 거면 왜 몇 시간씩 수사 기록 봐 가며 영장실질심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사법연감 등 통계에 따르면 구속적부심 인용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체포·구속적부심사 인용률은 15.1%로 2014년의 20.5%, 2010년의 30.4%보다 낮았다. 불구속 재판 원칙과 영장실질심사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법원 안팎에선 검찰의 오래된 체포·구속편의주의에 대한 법원의 경고메시지가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사건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물증을 확보하는 대신 피의자를 압박해 진술을 받아 내고 무조건 구속하는 구태적인 수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인신 구속을 통한 자백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국민적 관심을 모은 서울중앙지검의 사건에서 긴급체포된 주요 피의자는 12명 정도다. 이 중 조씨를 포함해 11명이 구속됐다. 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긴급체포 요건 등이 규정돼 있지만 검사의 해석에 따라 사후 통제장치 없이 남발된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윤태석 연세대 교수는 “검찰 입장에선 자살 등 피의자 신병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영장실질심사와 그 이후의 구속적부심 사이에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 부장검사는 “구속적부심은 주로 구속 이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등 사정이 바뀌었을 때에만 인용돼 왔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혐의를 시인했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체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을 바라보는 법원과 검찰의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점도 갈등의 원인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석방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중대범죄가 인정돼 무거운 처벌이 예상되면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고 일응 간주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에서 혐의 소명 외에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규정하고 있다. 구속됐다고 해서 무조건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구속 사유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이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정치적 시각과 뒤섞이면서 갈등이 깊어진 측면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의 사건에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붙으면서 양측의 법리적인 주장이 곧이곧대로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박사라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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