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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번갈아 밀고 닦고 … “깜짝 메달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장혜지·이기정(왼쪽부터)이 출전하는 컬링 믹스더블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두 선수가 훈련장인 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장혜지·이기정(왼쪽부터)이 출전하는 컬링 믹스더블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두 선수가 훈련장인 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혜지는 부대찌개에 밥 세 공기를 먹어요.”(이기정) “오빠는 카리스마라고 하는데 좀 사납게 생긴 거죠.”(장혜지)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 이기정·장혜지
남·여 팀 경기보다 1시간 빨리 끝나
3~5점쯤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어
“오빠는 강심장” “실수 없이 침착”

 
최근 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만난 컬링 믹스더블(Curling Mixed Doubles) 국가대표 이기정(22)·장혜지(20)는 틈만 나면 티격태격했다. 연인간 사랑싸움 같았다. 장혜지는 “컬링은 선수들이 마이크를 차고 경기한다. 시청자들은 다투는 소리를 들으면서 재밌어 할 것 같다”며 웃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에 걸린 금메달은 3개다. 남자팀, 여자팀, 그리고 믹스더블이다. 믹스더블은 피겨스케이팅의 페어·아이스댄싱처럼 남녀가 호흡을 맞추는 혼성 종목이다.
 
장반석(35) 믹스더블 감독은 “(컬링 믹스더블은) 빙판 위에서 남녀가 연애하는 느낌”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두 선수가 연인 관계라는 얘기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외국 믹스더블 팀엔 캐나다의 브렌트 랭-제스퍼 존스, 마크 맥퀴안-덕 맥퀴안처럼 부부 또는 연인이 많다.
 
‘빙판 위의 체스’ 컬링은 스톤(원형 돌)을 손으로 밀어 하우스(둥근 표적) 중앙에 가깝게 붙이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남·여 팀 경기는 팀당 4명의 선수가 엔드당 8개씩의 스톤을 번갈아 던지는 10엔드 경기다.
 
믹스더블은 남녀 2명이 한 팀을 이뤄 엔드당 스톤 5개씩을 던지는 8엔드 경기다.장혜지가 스톤을 던지면, 이기정이 브룸으로 빙면을 닦아 스톤의 방향과 거리를 조정한다. 이기정이 던질 때는 그 반대로 장혜지가 닦는다. 장혜지가 1·5번 스톤을, 이기정이 2~4번 스톤을 주로 던진다.
 
이기정은 “남·여 팀 경기는 2시간30분 이상 걸린다. 게다가 3점 정도 뒤지고 있으면 뒤집기 쉽지 않다”며 “반면 믹스더블은 1시간30분 정도면 끝나고, 3~5점 정도는 뒤집기가 가능해 박진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컬링 남·여 팀 경기는 1998 나가노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믹스더블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이기정-장혜지 팀은 2016년 2월 결성된 국내 첫 믹스더블 팀이다.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이기정(왼쪽)과 장혜지(오른쪽)가 경북컬링센터에서 브룸을 들고 스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이기정(왼쪽)과 장혜지(오른쪽)가 경북컬링센터에서 브룸을 들고 스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이기정은 2014년 경북체육회에 입단해 남자팀에서 뛰다가 믹스더블로 전향했다. 그의 쌍둥이 동생 이기복(22)은 현재 남자대표팀 선수다. 장혜지는 ‘컬링 명문’ 경북 의성여고를 나왔는데, 전엔 여자팀 선수로 활약했다.
 
둘은 스타일도 대조적이다. 장혜지는 느린 템포 노래를 좋아하는 반면, 이기정은 비트가 빠른 노래를 즐겨 듣는다. 이런 차이는 플레이에서도 묻어난다. 장혜지는 “오빠는 강심장의 승부사다. 마지막 샷을 득점으로 연결할 때 좀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정은 “혜지는 승부처에서 실수 없이 침착하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팀 결성 2년 만인 지난 4월 세계선수권 6위에 올랐다. 지난 8월 뉴질랜드 대회 땐 예선에서 7전 전승을 거두며 4위를 했고, 지난달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컬링 투어대회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메달 획득 가능성도 보이고, 올림픽 개막도 70일이 채 남지 않았지만, 한국 컬링대표팀은 괴롭다. 대한컬링연맹이 집행부 내분으로 관리단체로 지정돼, 제대로 된 지원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강릉컬링센터는 바닥 균열로 개보수하느라 지난달 9일 재개관했는데, 이달부터는 개보수에 따른 테스트에 들어가 선수들이 이용할 수 없다. 이기정은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장혜지(왼쪽)와 이기정.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한국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장혜지(왼쪽)와 이기정. [의성=프리랜서 공정식]

 
올림픽에서 믹스더블은 캐나다·스위스·미국·러시아·중국·핀란드·노르웨이 등 8개 팀이 풀리그를 치러 4강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린다.
 
이기정은 “믹스더블은 역사가 짧다. 우리가 노련미는 부족해도 패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달 가능성을 묻는 말에 두 사람은 약속한 듯 대답했다. “가능할 것 같은 게 아니라 가능합니다. 깜짝 메달을 기대해주세요.”
 
의성=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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