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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자동차 시트가 말을 건다 … 운전석 앉으면 “허리 안 좋네요”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19면 지면보기
미래 자동차 ‘시트 테크’ 경쟁
폴크스바겐이 1월 선보인 전기 콘셉트카 ‘I.D.버즈’의 모습. 상황에 따라 시트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폴크스바겐이 1월 선보인 전기 콘셉트카 ‘I.D.버즈’의 모습. 상황에 따라 시트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약 2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몇 가지라도 빠지거나 잘못되면 완전한 모습의 자동차가 될 수 없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사람에 따라 중요한 것이 다 다르다. 엔진을 흔히 자동차의 심장으로 표현하지만, 누군가는 ‘엔진은 그냥 작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스피커나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차 덩치 안 키우고 넓게 쓰기
위로 접고 옆으로 밀어 공간 넓혀
바닥에 숨겨 적재량 배로 늘리기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카페처럼
중력 역학 적용해 무게 적절히 분산
사람 움직임 맞춰 등받이 자동 조절

의료용 센서로 건강까지 챙겨
맥박·호흡 감지해 스트레스 측정
조명·온도 등 조절해 피로 풀어줘

 
다만 확실한 것은 이처럼 수많은 부품 중 사람과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시트라는 사실이다. 시트는 사람이 직접 보고 만지고 살을 댈 수 있는, 가장 많이 교감하는 부품이다. 운전을 포함해 차 안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행위는 시트에 몸을 맡긴 상태로 이뤄진다. 또한 시트는 자동차 내부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해 분위기를 좌우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숨은 공간을 찾고, 더 똑똑한 시트를 만들기 위한 ‘시트 테크(seat-tech) 전쟁’을 피할 수 없다.
 
BMW ‘750Li xDrive’의 2열 시트. [사진 BMW코리아]

BMW ‘750Li xDrive’의 2열 시트. [사진 BMW코리아]

◆시트 기술로 ‘숨은 공간 찾기’=최근 많은 자동차 업체가 시트에 기술을 추가해 숨은 공간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차로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캠핑을 하며 차에서 먹거나 자고, 데이트를 하며, 움직이는 창고로 쓰기도 한다. 주행성능만이 아닌 활용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은 전 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마냥 덩치를 키울 수도 없다. 시트 기술을 통해 숨은 공간을 찾는 이유다.
 
렉서스가 개발한 ‘키네틱 시트 콘셉트’. [사진 렉서스]

렉서스가 개발한 ‘키네틱 시트 콘셉트’. [사진 렉서스]

최근 국내 출시된 혼다의 미니밴 ‘올 뉴 오딧세이’는 2열에 ‘매직 슬라이드’를 동급 최초로 탑재했다. 앞뒤뿐 아니라 좌우로 시트를 밀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3열까지 사람이 타야 할 경우에도 일어나 시트를 접고 비켜줄 필요가 없다. 옆으로 ‘슬라이딩’ 시켜 통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열 시트를 별도의 공구 없이 탈착할 수 있게 해 큰 짐을 싣기 위한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혼다는 앞서 소형 SUV ‘HR-V’에도 새로운 ‘매직 시트’라는 이름의 시트 기술을 적용했다. 시트 등받이를 접는 게 아니라 하체를 받치는 좌판 부분을 직각으로 세워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최대 126㎝의 높이를 확보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로, 세워둬야 하는 긴 화분이나 캐리어 등을 효과적으로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는 ‘카니발’에 ‘팝업 싱킹 시트’를 적용했다. 필요에 따라 4열 시트를 바닥으로 숨겨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등받이를 반으로 접은 후 그대로 누르면 시트가 바닥으로 완전히 숨어 들어가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지며, 최대 546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카니발의 4열 시트를 접어 앞으로 밀어서 생기는 공간(261L)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재규어 XJ. 항공기 1등석을 연상시키는 고급 시트들을 장착했다. [사진 재규어]

재규어 XJ. 항공기 1등석을 연상시키는 고급 시트들을 장착했다. [사진 재규어]

1열·2열 같은 구조나 앞뒤 방향 구분이 아예 사라진 시트도 등장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이 올 1월 북미국제오토쇼(NAIAS)에서 선보인 전기 콘셉트카 ‘I.D.버즈’는 배터리와 구동 시스템을 차체 바닥 면에 설치해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시트를 배치할 수 있다. 운전석을 회전시켜 뒷좌석과 마주 보거나 가운데 시트를 접어 테이블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또 시트를 필요한 만큼 원하는 위치에만 배치해 차 내부를 카페나 회의실 같은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를 전형적인 차량 내부와는 완전히 다른 ‘오픈 스페이스’라고 설명한다.
 
제네시스 EQ900. 항공기 1등석을 연상시키는 고급 시트들을 장착했다. [사진 제네시스]

제네시스 EQ900. 항공기 1등석을 연상시키는 고급 시트들을 장착했다. [사진 제네시스]

◆“편하게, 더 편하게”=공간 활용을 위해 기능이 추가되고 모양도 변하고 있지만, 역시 시트의 미덕은 편안함이다. 특히 스스로 운전하게 될 미래 자동차에서는 편한 시트의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가 ‘이동을 위한 수단’에서 ‘이동하며 머무르는 공간’으로 진화하면 탑승자가 운전 대신 다른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다 HR-V에 장착된 ‘매직시트’. [사진 혼다]

혼다 HR-V에 장착된 ‘매직시트’. [사진 혼다]

닛산은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에서 힌트를 얻어 ‘저중력 시트’를 개발했다. ‘인간의 몸이 무중력 상태에서 스스로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자세를 취한다’는 NASA의 ‘중립자세(Neutral Posture)’ 연구를 참고해 게이오대 연구소와 4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닛산 관계자는 “무게가 쏠리는 부분은 푹신하게, 다른 부분은 단단하게 만들어 무게를 분산시키고 압력에 따라 반응하는 시트 쿠션으로 피로감을 줄여 준다”고 설명했다.
 
렉서스도 궁극의 편안함을 위해 독창적인 시트를 개발했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키네틱 시트 콘셉트’다. 거미줄 모양의 키네틱 시트 콘셉트는 시트 좌판과 등받이가 사람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함께 움직여 보행이나 가벼운 달리기 상태에 가까운 인체 움직임을 시트를 통해 실현한다. 허리 움직임이 몸에 적당한 자극을 줘 근육 피로를 억제하고 머리도 안정적으로 지지해 준다.
 
볼보의 ‘부스터 시트’. [사진 볼보]

볼보의 ‘부스터 시트’. [사진 볼보]

재규어랜드로버가 개발 중인 ‘웰니스 시트’도 건강까지 챙겨주는 첨단 시트다. 의료용 센서를 적용해 운전자의 맥박과 호흡에 의한 진동을 감지하고 몸 컨디션을 파악한다.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한 뒤 조명·오디오·온도 등을 스스로 조절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BMW의 ‘컴포트 시트’ 역시 20개의 모터를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위치를 바꾸거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는 독일 척추건강협회에서 공인받은 ‘모던 에르고 시트’를 제네시스 ‘EQ900’에 장착했다. 고장력강 구조로 떨림을 개선하고 몸에 닿는 부위별로 패드를 최적화해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또 서울대 의과대학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도 선보였다. 키·몸무게 같은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운전자의 자세를 분석해 자동으로 시트·스티어링휠·디스플레이 위치 등을 최적화하고 바른 자세를 잡아 준다. 또 허리뼈 하중과 변형률 등 건강 정보도 제공한다.
 
기아자동차 ‘카니발 매직스페이스’. [사진 기아차]

기아자동차 ‘카니발 매직스페이스’. [사진 기아차]

반면에 벤틀리는 수작업을 거친 최고급 가죽 시트로 ‘아날로그적 편안함’을 제공한다. 시트 등의 가죽을 장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바느질하는 것이다. 한 명이 차 한 대를 위해 바느질하는 시간만 37시간에 달한다. 또한 가죽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낮은 기온에서 방목된 황소 가죽만을 사용하며, 특수 태닝 공법으로 가죽 고유의 향까지 되살린다.
 
안전한 시트 역시 업체들의 주 관심사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부스터 시트’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시트 기술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키가 작은 어린이들도 안전벨트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시트 높이를 키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는 ‘프리-세이프’ 기술을 통해 비상시 시트 위치를 최적화하고 안전벨트를 조여 주는 시트를 선보였다.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인 시트 기술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인 시트 기술

[S BOX] 콩 발포제, 합성 거미 섬유, 바이오 원단 … 시트 재료도 친환경 바람
시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도 ‘시트 테크’의 한 부분이다. 포드는 10년 전부터 콩으로 차량 시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콩을 재활용해 ‘2008 머스탱’ 차량 시트에 사용되는 발포제를 제작한 것이다. 현재까지 약 5000억 개의 재활용 콩 원료로 185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했다.
 
포드 측은 “차량 시트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을 높이고 냄새를 제거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콩 원료 시트를 통해 2억2800만 파운드(약 3340억원)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렉서스의 ‘키네틱 시트 콘셉트’의 등받이는 디자인이 거미줄 모양일 뿐 아니라, 소재도 친환경 신소재인 ‘인공 합성 거미 섬유’를 사용했다. 미생물 발효로 거미 실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생성하고 이를 방사·가공한 신소재로, 충격 흡수성이 뛰어나다. 또한 시트를 가볍게 만들어 차량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현대차도 시트 재료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콩과 옥수수 등을 활용한 친환경 바이오 소재를 시트에 적용하거나 항균 원단, LED 원단 등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 재료 부문 경쟁력도 한층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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