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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상과 소통 위해 만화 시작 … 포털 웹툰까지 연재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꼰대별곡’ 그리는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
지난달 하순 아트페어 ‘아트스푼쇼 2017’에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이 작품을 내놨다. 당시 프로필.

지난달 하순 아트페어 ‘아트스푼쇼 2017’에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이 작품을 내놨다. 당시 프로필.

주름 가득한 얼굴에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한 상사가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곤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연륜을 자신한 듯했다. 그러다 20대 청년의 한마디에 파리해졌다. “할아버지! 자리 좀 비켜 주세요.”

말단 공무원 시절 갑갑함 탈출구
세상 넓게 보게 돼 행정에도 도움

중앙일보 독자투고 실려 자신감
가명으로 민주화 운동 다루기도

총선·대선·지방선거 … 일복 타고나
초심 지키려 취임사 걸어두고 봐

 
상사가 해외에서 배달된 상자를 뜯으며 행복해했다. 원더우먼 모형이 담겼다. 젊은 직원들의 표정에선 ‘주책이야’란 타박이 읽힌다.
 
올 2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네이버 웹툰 ‘꼰대별곡(소심한 상사가 날리는 로우~킥)’의 장면들이다. 작가가 주인공 상사와 닮았겠지, 상상한다면 틀렸다. 김대년(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은 키가 평균 이상일 뿐만 아니라 머리숱도 적지 않다. 그에게 “주인공과 안 닮았다”고 하자 “상당히 많은 중년·장년 남성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외모야 어떻든) 마음속으론 다 왜소해진다”고 했다. 농수산부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2세에 선관위로 옮겨 최고위직에 오른 이의 말이다. 지난달 20일 과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실에서 그와 만났다.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

만화를 왜 좋아하게 됐나.
“말단 공무원 시절 머리는 자라고 의식은 커졌는데 지엽적인 일만 한다는 게 대단히 갑갑했다. 사회 참여랄까, 민주화랄까 차원에서 만화를 그리며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가명으로 그렸다.”
 
민주화 운동도 주제로 삼았나.
“독하게 그렸다. 중앙일보에 독자투고를 했는데, 그게 실렸다. 원고료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으로 배웠다. 공명선거 만화도 많이 그렸다.”
 
실제 1989년 10월 14일자 중앙일보에 노태우 대통령의 서울평화상 제정을 꼬집는 내용의 독자 만화가 게재됐는데, 그의 작품이라고 했다. ‘김상아’란 가명으로였다.
 
웹툰 주인공들

웹툰 주인공들

야간대 만화예술과를 나왔다고 들었다.
“이론적이라든가, 논리적으로든가 달리는 부분이 있어 양주군 사무과장 시절에 경민대에 다녔다. 거기서 만화체계를 잡았다. 교수님들이 사표를 내고 카툰 작가로 활동하라고 권유했는데….”
 
후회 안 하나.
“운이 좋아서 사무처 수장이 되고, 그 덕분에 세상을 넓게 보게 됐다. 내 만화도 더 대중과 소통하고 신뢰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만화를 그리면서 고민하고 기획하며 또 타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게도 됐다. 그게 행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다른 공무원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트레이닝 과정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다. 선관위의 훌륭한 분들도 이끌어 주었다. 감사하다.”
 
만화엔 원더우먼도, 속옷 차림의 베티붑도 등장한다. 그런 캐릭터를 담기 쉽지 않을 텐데.
“더 드러내고 싶은데 체면상….”
 
은퇴하면 달라지나.
“중년들의 솔직한 마음을 깊숙이 그리겠다. 사실 웹툰을 처음 시작할 무렵 과연 20회를 채울 수 있을까 했다(이번 주 31번째 작품이 게재됐다). 그리다 보니 대학 때의 감이 돌아오더라. 최근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리에겐 오장칠부(오장육부 외에 눈치보는 장기가 더 있다는 의미)가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음은 더 건강해졌다.”
 
사실 한국인에겐 직장·가정 외엔 별도의 자기영역이 없다.
“그걸 만들어야 한다. 난 만화로 했다. 마음의 도피처, 영혼의 안식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김총장이 1989년 중앙일보에 가명으로 기고한 만화.

김총장이 1989년 중앙일보에 가명으로 기고한 만화.

사실 그는 ‘언제 만화를 그릴 시간이 있었지’ 싶을 정도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사무차장으로 지난해 총선을 사실상 관장했고 그해 11월 2년 임기의 총장이 됐으며 올해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내년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어쩌면 개헌 국민투표도 치를 수 있다. 대개 총장은 큰 선거를 한 번 정도 치른다.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대선을 통해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준비기간이 짧아 많이 못했다. 후보들이 정책 개발을 할 시간도 짧았다. 그럼에도 참여가 높았다. 선거에서 사회통합이 중요한데 그게 구현된 선거라고 생각한다. 아쉬우면서도 감사하다.”
 
그는 남은 임기 1년에 대한 소회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취임사를 걸어두고 가끔 본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따뜻하고 유능한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현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이다. 요약하면 창의·소통·협업이다. 헌법기관으로서 선관위가 마땅히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에 기여하는 3.0시대 기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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