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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베스트셀러] 외환위기 칼바람 속 아버지의 희생 … 해리 포터도 제쳤다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가시고기

가시고기

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밝은세상

2000년

 
암컷이 산란하면 수컷은 굶주림 속에 둥지와 알이 물살에 쓸려가지 않도록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점액을 수시로 뿌려 고정시킨다. 알을 삼키려는 침입자와 목숨 걸고 싸운다. 수컷은 몸 전체가 붉게 변하면서 서서히 죽음을 맞는다. 가시고기 수컷이다.
 
아내와 이혼한 호연은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의 골수이식 비용 마련을 위해 신장을 팔려다가, 자신이 간암 말기임을 알게 된다. 각막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한 호연은 아이가 소생할 무렵 죽음을 맞는다. 조창인 소설 『가시고기』다. 2000년 1월 출간 뒤 4월 셋째 주부터 24주 연속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였다.
 
7월에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방학을 맞은 손자 손녀들에게 선물한 책 가운데 『가시고기』가 포함됐다. 12월 초 MBC 특집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주인공은 정보석과 유승호. 누적 판매 170만 부를 기록했으며 2002년 『만화로 보는 가시고기』, 『동화로 읽는 가시고기』가 출간됐다. 조창인 작가는 1997년부터 장편소설 세 편을 내놓았지만 무명에 가까웠다.
 
그를 일약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가시고기』에 대한 인기는 올해로 20주년이 된 IMF 외환위기와 불가분이다. 실직과 가족 해체 속에 그래도 기댈 곳은 가족이었고 견딜 힘은 가족애였다. 주인공 호연은 그 시기 아버지를 대표했다. 1999년 말에 나온 ‘해리 포터’ 시리즈 첫 권도 『가시고기』의 부성애를 이기지 못했다. 2000년 12월 4일 “IMF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대통령의 공식 선언이 있었다.
 
2000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교보문고 집계)
가시고기(조창인 지음, 밝은세상)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1(조앤 K. 롤링 지음, 김혜원 옮김, 문학수첩)=원서 첫 출간은 1997년. 올해로 ‘해리 포터’ 20주년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5억 부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2000만 부를 넘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 지음,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제목·시기·목표 독자라는 베스트셀러 3대 요소를 모두 충족시켰다. IMF 위기 여파 속 ‘아빠’들의 불안감을 제목이 자극했다.
 
국화꽃 향기 1(김하인 지음, 생각의나무)=암 선고와 시한부 인생, 지고지순한 사랑. 전형적인 신파조 멜로 설정과 줄거리가 감성 깊은 문체와 만나 심금을 울렸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정찬용 지음, 사회평론)=누적 판매 200만 부 이상. 한호림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조화유의 『이것이 미국 영어다』에 뒤이은 영어 학습 베스트셀러.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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