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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호주가 똥딱정벌레를 수입한 까닭

중앙일보 2017.12.02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리처드 존스 지음
소슬기 옮김, MID
 
광활한 호주 대륙에 소가 처음 등장한 것은 1788년 영국 죄수를 실은 배가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다. 호주의 토종 똥딱정벌레는 딱딱한 캥거루 똥에는 익숙했지만 축축한 소똥이 낯설었다. 벌레가 외면한 소똥은 매년 20만㏊(서울시 면적의 3배)의 땅을 뒤덮어 쓸모없게 만들었다. 곤충학자들은 정부 지원으로 1968년부터 84년까지 외국에서 들여온 43종의 똥딱정벌레 173만 마리를 방사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19세기 후반 칠레와 페루 사이의 영토분쟁 배경에는 바닷새 배설물인 구아노가 있었다.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기 전까지 구아노는 가장 좋은 비료였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외면해온 똥의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과거 동양 농촌에서는 똥을 비료로 활용했지만, 서양 도시에서는 물에 흘려보내 치워야 할 것으로 여겼다. 물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똥을 외면했기 때문에 해로운 세균을 피했고, 그 덕분에 살아남아 자손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곤충은 다르다. 곤충학자인 저자는 똥을 먹기 위해, 똥으로 경단을 만들고 굴려서 번식하기 위해, 다른 곤충이나 곰팡이를 먹기 위해 똥을 찾는 생물을 자세히 소개한다. 덕분에 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똥을 매개로 해서 짝을 차지하기 위해 곤충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소똥구리 이야기로 시작하는 『파브르 곤충기』를 떠올리게 한다. 과학책 특유의 딱딱함 대신 그림책 『강아지똥』 같은 푸근함도 있다.
 
이 책은 100쪽 넘는 부록에 동물별 똥의 특징, 똥을 찾는 주요 동물의 특징, 분변학 용어사전까지 담고 있다. 거의 ‘똥의 백과사전’이라 할만하다. 다만 포유류 똥의 주요 구성 성분인 세균·곰팡이, 그리고 기생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게 아쉬운 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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