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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라운드 시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지난해 스피드골프 우승자 50분에 72타

중앙일보 2017.12.02 00:02
기네스북 기록은 26분 37초에 92타 … PGA투어 최단 기록은 1시간 29분
5~7개의 클럽을 들고 뛰면서 라운드하는 스피드골프 대회의 지난해 우승자인 제이미 영.

5~7개의 클럽을 들고 뛰면서 라운드하는 스피드골프 대회의 지난해 우승자인 제이미 영.

 
4시간 10분. 티오프 간격 7분 30초. 경기 포천의 일동레이크골프클럽은 라운드 시간을 아예 못박아두고 이에 맞춰 움직인다. 홀당 진행 시간을 표시해두고 느린 팀이 있으면 캐디와 마샬이 도와서 시간을 맞추려 애쓴다. 신기하게도 이 시간이 대충 맞아떨어진다. 18홀 골프 라운드는 하고 싶지만, 4시간 반을 넘기는 현실은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부담이다. 라운드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브라이언 아내는 카트 타고 남편 응원
웨슬리 브라이언은 9월 18일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BMW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시간 29분 만에 18홀을 주파했다. / 사진:뉴시스

웨슬리 브라이언은 9월 18일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BMW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시간 29분 만에 18홀을 주파했다. / 사진:뉴시스

지난 9월 18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1시간 29분 만에 18홀을 주파한 기록이 나왔다. 웨슬리 브라이언(27)이 미국 일리노이주 레이크포레스트에서 열린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BMW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작성했다. 브라이언은 69명이 출전해 2인 1조로 경기한 4라운드에서 동반 선수인 대니 리(뉴질랜드)가 기권하면서 혼자 플레이를 하게 됐다. 최하위 성적이라 첫 조로 출발한 브라이언은 티샷 후 세컨드 샷 지점까지 뛰어서 이동하고, 멀리 떨어진 캐디와는 클럽을 던져서 주고받는 등 시간 단축을 작심하고 플레이했다. 브라이언이 경기를 마쳤을 때 뒷조는 절반인 9번 홀에도 미처 도달하지 못했다.
 
경기 속도가 워낙 빨라 갤러리로 온 아내 리즈는 대회 주최 측의 배려로 카트를 타고 남편의 기록 경신을 응원해야 했다. 브라이언은 이날 2언더파 69타를 쳤다. 첫날 76타를 시작으로 71, 72타를 치면서 한 번도 언더파를 적어내지 못했지만 이날은 언더파를 치면서 최종 4오버파 288타로 마쳤다. 물론 꼴찌지만 격차는 줄였다. 올해 4월 RBC헤리티지에서 첫 승을 올린 브라이언은 형인 조지와 함께 각종 묘기 골프 동영상을 인터넷 온라인에 올리는 트릭샷 형제로 유명하다. 이 기록 역시 묘기 골프의 일종으로 봐도 무방하다.
 
브라이언의 기록은 지난해 재미교포 케빈 나(34)가 기록한 1시간 59분 52초를 30분이나 단축한 기록이다. 케빈은 지난해 9월 25일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PGA투어 페덱스컵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29위가 되어 혼자 라운드하면서 PGA투어의 진귀한 기록을 작성했다. 전날 제이슨 데이가 기권하면서 2인 1조에서 1인 플레이로 첫 조로 라운드하는 상황이었다. 케빈나는 당시 기록 경신이 우연하게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전날 라커룸에서 동료에게 ‘이 대회에서 가장 빠른 라운드 기록이 2시간 20분’이라는 얘길 들었다. ‘케빈, 너는 죽어도 못할 거다’말도. 다음 날 라운드하다가 그 말이 떠올라 기록에 도전했다.”
 
3홀까지 치고 시간을 재보니 15분 조금 넘게 걸렸다. 혼자 도는 라운드라 어프로치 샷하고 그린에서 바로 퍼트하니 빨랐다. 케빈 나는 전반 9홀을 1시간 3분만에 마쳤다. 후반 9홀은 뛰면서 라운드 했다. 마지막 네 홀은 전속력으로 달려서 플레이했는데 4홀 모두 버디를 잡았다. 케빈 나가 뛰자 여러 명이 덩달아 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캐디는 백을 메고 헉헉거리면서 뛰었고, 카메라 중계진과 스코어보드를 든 자원봉사자에 갤러리까지 수십 명이 마지막 라운드를 뛰어서 마쳤다.
 
슬로우 플레이어 대명사 케빈 나, 뛰면서 플레이 
'슬로우 플레이어'로 유명한 케빈 나는 지난해 9월 25일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혼자 라운드하면서 1시간 59분 52초 만에 18홀 경기를 마쳤다.

'슬로우 플레이어'로 유명한 케빈 나는 지난해 9월 25일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혼자 라운드하면서 1시간 59분 52초 만에 18홀 경기를 마쳤다.

4일 라운드 중에 공교롭게도 그날의 70타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갤러리까지 수십 명이 우르르 뛴 사건이라 미디어에서도 크게 소개됐다. ‘슬로우 플레이어’로 여겨지던 케빈나는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려고 오랜 동안 굳은 습관을 과감하게 깨서 더 주목받았다. 그는 “라운드를 마치고 성적은 꼴찌였는데 분위기는 우승한 것 같았다”고 웃었다.
 
케빈 나가 2시간의 벽을 깨기 전까지 정규 PGA투어 최단 시간 라운드는 2010년 8월 16일의 27세의 제프 오버튼이 위스콘신 쾰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록한 2시간 9분이었다. 이 기록 역시 동반 플레이어 이안 폴터(잉글랜드)가 가슴 통증을 이유로 대회 전에 기권하면서 첫 조로 혼자 플레이했기에 가능했다. 오버튼은 첫 홀 보기로 시작해 4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낸 뒤로 “한 라운드 최단 시간 기록을 세우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마지막 홀 3m가량의 파 퍼트를 넣고 79타를 적어냈다. 한 타 한 타에 큰 돈이 달린 세계 최고의 PGA투어에서조차 첫 조로 혼자 라운드하면 이 같은 최단 시간 기록이 나왔다. 게다가 타수는 평소 시간이 걸리는 결과보다 결코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17~18일 미국 시카고의 글렌클럽에서 열린 5회 스피드골프월드챔피언십에서 한 라운드를 50분에 돌면서 72타를 친 기록이 나왔다. 5~7개의 클럽을 들고 뛰면서 라운드하는 이색 골프 경기인 스피드골프는 타수와 함께 라운드를 마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최종 포인트로 우승자를 가린다.
 
챔피언은 위스콘신 케노샤에 사는 52세의 제이미 영이었다. 첫날 18홀 라운드에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고, 기록한 타수는 72타여서 그날 포인트는 132점(50+72)이었다. 둘째 날인 대회 2라운드에서는 51분에 77타를 쳐서 138점을 올려 이틀 합계 250점으로 트로피를 들었다. 이틀 간의 스피드와 스코어를 합친 총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이 대회에서 스코어를 차치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라운드한 선수는 이틀 간 각각 41, 45분을 기록한 마크 맥레인이었다. 2년 전인 2014년에 열린 동일 대회에서 7위였던 영은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그는 오클라호마대학 골프팀 선수였고 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 대회에도 출전했으며, 보스톤·뉴욕·시카고에서의 마라톤에도 출전했다.
 
스피드골프는 종목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 선수도 있다. 선수들은 7개 이내의 클럽을 하프백에 들고 뛴다. 선수들은 연습 스윙 없이 바로 샷에 들어가며 그린에서는 한 손으로 클럽을 담은 하프백을 들고 있어 다른 손으로 퍼트를 한다. 전통적인 골프와 다른 점이라면 퍼팅을 할 때 깃대는 그대로 홀컵에 꽂아두는 것과 로스트볼일 때는 1벌타를 받고서 볼이 날아간 어느 선상이든 드롭을 하고 치면 되는 것이다. 국내에 한 패션 브랜드가 스피드골프의 외형을 본뜬 이벤트 대회를 열기도 했다.
 
스피드골프는 1970년대에 몇몇 골퍼들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홀을 도는지 기록을 세우는 이벤트에서 시작했다. 스피드골프의 창시자인 미국의 스티브 스콧이 1982년 12월 2일에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밀러골프코스에서 29분 33초 만에 95타를 친 기록이 최단 시간이다. 1986년부터 5년 간 지역 미니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했고, 90년대엔 포틀랜드에서 골프 교습가로도 지낸 스콧은 1998년부터는 골프와 달리기를 접목한 CVS채리티클래식, 프레드 메이어챌린지 등의 골프 대회를 만들더니 2002년에는 동창 3명과 스피드골프인터내셔널을 창립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2년 10월 밴든듄스골프리조스트에서 스피드골프월드챔피언십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화가 이뤄졌다. 첫 우승자는 미니투어 프로인 크리스 워커였고 우승 상금은 1만8000달러였다. 역대 최고 기록은 창업자의 한 사람인 크리스토퍼 스미스가 잭슨파크GC에서 열린 시카고스피드골프클래식에서 44분 6초 만에 5언더파 65타를 친 것이다. 스피드골프스코어(SGS)로 환산하면 109.06포인트였다.
 
전동카트 시속 70km로 개조하기도 
라운드하는 시간은 얼마나 단축될 수 있을까? 기네스북에는 2008년 7월 16일 남아공 프레토리아의 평탄한 부지에 놓인 우드힐골프클럽(18홀 6995야드)에서 21세의 청년 하인리히 두프레스가 26분 37초에 파를 6개 잡고 92타를 친 기록이 최단 시간 18홀 라운드로 올라 있다. 두프레스는 이 기록을 위해 전동 카트를 시속 70km까지 달리도록 개조했다고 한다.

 
포섬 18홀 최단 시간 기록은 잉글랜드에서 나왔다. 지난 2005년 6월 19일 잉글랜드 노섬버랜드의 폰트랜드 골프코스에서 벤 크로스비, 앤드루 크로포드, 존 리온, 러셀 헤이휴 네 명은 1시간 4분 25초 만에 18홀 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이들의 라운드는 모두 앞 팀이 없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도 가장 짧은 라운드 시간에 도전한다면 앞 팀이 없는 첫 팀일 때 가능할까? 인-아웃 코스 동시 티오프를 가진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전반 9홀을 한 시간 안에 마쳤다 해도 나머지 9홀 대기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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