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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완주의 250년 된 고택이 일으킨 놀라운 나비효과

중앙일보 2017.12.02 00:01

요즘은 낡은 것이 멋스럽다.

옛 공간을 허무는 대신 현대적으로 부활하는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등장하면서다.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여행지는 2013년 일찌감치 도시재생에 뛰어든 전북 완주. 일제강점기 양곡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꿨고, 250년 된 고택을 중심으로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선 작은 마을을 조성했다. 덕분에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완주는 젊은 여행자가 찾아오는 ‘힙’한 여행지로 거듭났다.
 
① 쌀 대신 문화 채우는 양곡 창고
완주군은 양곡 창고를 허물고 신식 건물을 세우는 대신 옛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는 별난 선택을 했다. 7명 예술가를 초빙해 창고건물을 개조해줄 것을 의뢰했고, 이들은 ‘삼삼예예미미협동조합’을 결성해 오래된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가꿨다. 1세기의 역사를 가진 양곡 창고는 그렇게 살아남았고, 지금도 벽과 지붕이 본 모습 그대로 보존됐다.
 
텅 빈 창고의 내부는 문화 콘텐트로 채웠다. 농협 마크를 달고 있는 창고는 각각 갤러리·카페·목공방 등으로 변신해 놀이터로 쓰인다. 겉에서 보면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인데 내부는 근사한 미디어 아트 전시장이나 활판 인쇄 체험장으로 꾸며져 있어 독특했다. 여행자는 7개의 창고건물을 누비며 카페에서 핸드드립을 배우거나 도마 만들기 등 간단한 목공품을 만들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이 문화예술시설을 접할 기회가 없는 군민을 위한 시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완주에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는 김 계장의 자랑은 사실이었다. 20~30대 여행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삼례는 여느 도시와 같은 젊은 활력이 느껴진다. 해마다 완주 인구(1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여행자가 삼례문화예술촌을 방문한다. 삼례문화예술촌은 ‘개발’만이 우리 삶의 공간을 살리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라는 방증인 듯했다.

 
 
② 250년 된 한옥이 불러온 나비효과
소양면 오성마을은 민간이 먼저 움직인 완주의 도시재생 사례로 볼 수 있다. 전북 전주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전해갑씨는 30여 년 전 우연히 아침저녁 저수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오성마을에 닿았다. 자연 풍경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은 ‘한옥’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마을 땅을 사들였다. 그러고는 경남 진주에서 발견한 250년 된 한옥을 오성마을에 고스란히 이축했다.
 
단풍으로 울긋불긋한 종남산을 마주 보는 언덕배기에 조성된 오성마을은 젊은 여행자가 일부러 찾아오게 할 만큼 고풍스럽고 세련된 모습이다. 한옥이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어깨를 잇대고 있고, 마을 곳곳에  갤러리·카페·음식점이 들어선 것이 ‘완주의 한옥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없어 보인다. 전주한옥마을이 인증샷을 찍는 젊은 여행자로 북적이고 부산한 여행지라면, 오성마을은 가족여행자가 한옥과 어우러진 풍경을 보며 제대로 쉬어갈 수 있는 여행지이다.
 
고택과 신식 한옥도 멋스럽지만 한옥 건물 사이에 지어진 현대식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가장 인상적이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사도’를 촬영하기 전 이곳에 한 달간 머물며 대본 리딩을 했다. 창문의 높이가 낮아 바닥에 앉아야 창밖의 한옥의 처마며, 종남산의 능선이 드러난다. 이 풍경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의 힘이 지속 가능한 농촌의 미래를 여는 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여행정보
1.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기차로 갈 수 있으며, 전라선 삼례역에 내리면 된다. 삼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입장권 : 2000원
전화번호 : 070-8915-8121
전화로 예약하면 문화해설사가 무료로 안내해 준다.
 
2. 오성마을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이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아원고택을 찍고 찾아가면 된다.
아원은 숙박이 가능하다. 1박 27만원부터. 조식 포함.
 
글·사진=양보라 기자
제작=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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