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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벗어난 교황, 비로소 그 이름 불렀다 "로힝야"

중앙일보 2017.12.01 23:36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 난민을 만나 손을 잡고 축복해 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 난민을 만나 손을 잡고 축복해 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또한 '로힝야'라고 불립니다(The presence of God today is also called `Rohingya'). 여러분을 박해하고 상처 준 이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합니다.”  

 

방글라데시 다카 방문해 로힝야 난민들 만나
"박해주고 상처 준 이들 대신해 용서를" 첫 언급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 이들을 축복했다. 또 지난 27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로힝야'라는 단어를 공개 석상에서 사용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로힝야 난민 16명을 만나 한 명씩 손을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성 12명, 여성 12명과 소녀 2명으로 이들은 미얀마의 박해와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로 피신했다가 다카로 왔다.  
 
교황은 이들이 겪은 상처와 세계의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구하면서 며칠간 삼가온 단어 ‘로힝야’를 언급했다. 그는 또 "이들을 돕고 올바른 일을 계속하자. 이들의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자"면서 "우리 마음을 닫지 말고 다른 길을 살펴보자"고 덧붙였다.
 
미얀마의 사실상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오른쪽)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미얀마의 사실상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오른쪽)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교황은 앞서 나흘간 미얀마 방문 기간에는 공개적으로 '로힝야족'을 언급하지 않았다. 불교국가인 미얀마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자신들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다 자칫 종교 갈등이 부각되면 미얀마 내 65만 명(약 1%)에 불과한 가톨릭 신자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황은 이름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미얀마·방글라데시 순방 내내 로힝야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다카 도착 첫 연설에서도 "국제사회가 대규모 난민 사태를 낳은 정치적 문제를 풀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방글라데시 사회는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대규모로 유입한 난민들에게 임시 거처와 생필품을 주는 등 인도주의 손길을 가장 분명하게 뻗어줬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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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말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경찰초소 공격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반군소탕전이 벌어진 가운에 로힝야족 민간인을 겨냥한 살인, 방화 등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62만 5000명의 로힝야족이 이웃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1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릭샤(인력거)를 타고 세인트 메리 성당으로 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릭샤(인력거)를 타고 세인트 메리 성당으로 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교황은 이날 로힝야족 난민을 만나기에 앞서 다카 시내 공원에서 1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선 전체 1억6000만 국민 가운데 1% 정도가 가톨릭 신자로 알려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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