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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왁싱 가족' 20억 벌어···아빠·엄마·딸, 분점 냈다

중앙일보 2017.12.01 14:52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불법 피부 왁싱(제모)을 한 업소 12곳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특사경, 불법 왁싱 업체 12곳 적발
가족이 신고없이 본점·분점 형태로
“둘째 딸 항암 치료비 수억 원” 호소

현행법상 왁싱은 피부 미용 국가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관할 시·구청으로부터 면허를 얻고 영업 신고 후 근린생활시설에서 영업해야 한다. 특사경은 자격증은 있지만 근린생활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은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시술한 영업주 7명과 무자격·무신고 업소를 운영한 5명을 입건했다. 
'왁싱 가족'이 운영한 왁싱 업소. 이 가족은 미용업 신고를 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해오다 특사경에 적발됐다. [사진 서울시]

'왁싱 가족'이 운영한 왁싱 업소. 이 가족은 미용업 신고를 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해오다 특사경에 적발됐다. [사진 서울시]

이번에 적발된 업소에는 최근 8년 동안 본점·분점 3곳의 매출액 합산이 20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한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아버지·어머니·딸이 한 곳씩 맡아왔다. '가족 프렌차이즈’인 셈이다.  
 
‘왁싱업’에 먼저 뛰어 든 건 아버지(70대)였다. 잇따른 사업 실패를 겪던 그는 2010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왁싱샵 문을 연지 몇 달 만에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화장품 판매업을 하던 장녀(40대)는 강남구 압구정동에 ‘분점’을 냈다. 어머니(60대)가 강남구 역삼동에 차린 업소는 가장 늦게 문을 연 곳이었지만 ‘강남본점’으로 칭해졌다.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가장 많다는 게 이유였다. 특사경에 따르면 자격증이 없는 세 사람은 자격증이 있는 피부 미용사들을 한 업소당 3~4명씩 고용해 운영해왔다. 
 
이 ‘왁싱 가족’은 고객들을 ‘홍보요원’으로 활용하는 영업 전략으로 손님을 모았다. 업소를 홍보하는 시술 동영상에 ‘모델’로 참여하거나 블로그에 홍보 글을 올려주는 고객에게 비용을 깎아줬다. 일반 고객에겐 눈썹 왁싱에는 5만~15만원, 헤어라인 왁싱에는 10만~20만원을 받았다. 8년간의 가업(家業)은 결국 특사경의 수사에 덜미가 잡혔다. 
 
특사경에 따르면 이 가족에게는 딱한 사연도 있다. 부부의 둘째 딸이 수년 째 암 치료를 받아 병원비로 수억원을 썼다고 한다. 박경오 특사경 보건의약수사팀장은 “이 가족은 사업자등록만 하면 되는 줄 알았고, 미용업 신고도 해야하는지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업소를 화장품 도·소매업으로 등록하고 영업해왔다. 이번 적발을 계기로 큰딸은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박경오 팀장은 “무자격·무신고 영업을 한 이 가족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거형 오피스텔에서 왁싱 영업을 한 이들도 특사경에 적발됐다. [사진 서울시]

주거형 오피스텔에서 왁싱 영업을 한 이들도 특사경에 적발됐다. [사진 서울시]

이번에 적발된 ‘오피스텔 영업소’ 상당수에선 브라질리언 왁싱(성기와 항문 주변의 털을 제거하는 시술)이 행해졌다. 대부분 일대일 예약제로 운영됐다. 제모에 필요한 도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재사용해 고객에게 붉은 반점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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