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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추가 금리 인상은 신중” 긴축 시동 걸었지만 저속 주행 예고

중앙일보 2017.12.01 01:04 종합 4면 지면보기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금리 인상의 배경에는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또 최근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이 일정 수준 이상 봉합됐고, 대북 리스크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은 총재 일문일답
성장 흐름과 물가 보고 판단할 것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과 의미, 앞으로의 통화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말했다. 긴축엔 시동을 걸었지만 저속 주행을 예고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시장에선 내년에도 1~2회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경기 여건이 추가 금리 인상에 무리가 없는 상황인가.
“금리 추가 조정 여부는 경제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여부가 금통위의 금리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앞으로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성장 흐름이 견실한지, 물가 상승세가 목표 수준으로 근접 가능한지 여부를 가장 먼저 지켜볼 예정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율 변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내외 금리 차 확대로 원화 강세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환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투자자의 리스크에 대한 태도 등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향후 환율의 움직임을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아직 뚜렷한 상승세가 아닌데 금리를 올린 건 물가 오름세에 대한 자신감인가.
“금리 인상 자체는 단기적인 물가 움직임보다는 중장기적 흐름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기 회복세가 강화되며 물가가 점차 목표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강세 사이클이 끝나 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반도체 수출이 호조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기여도도 높다. 앞으로 2년 정도로 내다본다면 당분간은 반도체 열기가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완만하게 꾸준히 진전된다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 3%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나.
"원론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 비용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대출 수요가 둔화한다. 이런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주택 가격은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금리 상승만으로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가 내놓은 복지 정책은 부의 재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번 금리 인상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금리 정책과 양극화 간에는 뚜렷한 상관성을 찾을 수 없다. 물론 금리를 인상하면 금융자산가의 소득이 늘어나고 서민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연금 소득에 의존하는 고령 가구는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고,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면 주거 생활비 감소를 가져오는 등의 순기능도 있다.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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