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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탄핵' 와중에 불났던 대구 서문시장, 1년뒤 피해 상인들은?

중앙일보 2017.12.01 00:01
"장사 잘 되냐고요? 물건 하나 못 팔고 그냥 집에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0일 찾은 베네시움 대체상가엔 손님 뚝 끊겨
"하루에 하나도 못 팔고 집 가는 경우 허다해"
시장과 거리 멀고 품목 겹쳐 손님들 발길 끊어
상인회 "市, TV·신문 광고 늘려 적극 홍보해야"

30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중구 베네시움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꼭 1년 전인 지난해 11월 30일 새벽 화마가 덮쳤던 서문시장 4지구의 상인들이 이곳에서 임시 영업을 하고 있다. 점포 대부분 문은 열었지만 손님을 받지 못한 '개점휴업' 상태로 보였다. 매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맞은편 매장 상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일하고 있었다.
화재로 타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인 대구 중구 베네시움 내부. 화재 1주기인 30일 손님이 뜸한 모습이다. 대구=김정석기자

화재로 타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인 대구 중구 베네시움 내부. 화재 1주기인 30일 손님이 뜸한 모습이다. 대구=김정석기자

 
베네시움 대체상가 2층에서 옷과 잡화를 팔고 있는 한 50대 여성 상인은 "화재 당시에는 그렇게 관심을 많이 갖더니 1년이 지난 지금 대체상가를 찾는 발길은 뚝 끊겼다. 하루 종일 가게만 지키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상인은 "1년 전에 4지구에 불이 나고 2달 뒤인 올해 1월 베네시움이 대체상가로 확정됐는데 내부 공사에 시일이 너무 걸려 지난 8월 말에서야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화재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에 대체상가가 문을 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화재로 타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인 대구 중구 베네시움 내부. 화재 1주기인 30일 손님이 뜸한 모습이다. 대구=김정석기자

화재로 타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인 대구 중구 베네시움 내부. 화재 1주기인 30일 손님이 뜸한 모습이다. 대구=김정석기자

 
반면 같은 시각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엔 제법 손님들이 몰린 모습이었다. 
2지구 상가 역시 4지구처럼 섬유 원단과 의류, 잡화를 판매한다. 한 상인은 "베네시움은 서문시장과 거리가 있어 손님들이 걸어가지 않으려 한다"며 "굳이 대체상가를 가지 않더라도 서문시장 2지구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네시움 대체상가는 서문시장과 250여m 거리지만 도로 건너편에 있어 도보로 5분 정도 걸린다.
 
지난해 큰불 피해로 한순간에 생계 터전을 잃은 4지구 상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가 9개월 만인 지난 8월 대체상가 베네시움(지상 9층)에 입주했다. 대구시는 지난 1월 베네시움이 대체상가로 결정난 후 56억원을 들여 내부 시설을 보수했다. 4지구 상인 572명 가운데 246명이 이곳 1∼4층에 점포를 마련해 영업 중이다. 나머지 상인들은 화재 직후 다른 곳에 점포를 내거나 장사를 포기하고 시장을 떠났다.
30일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가 내부. 베네시움 4지구 대체상가와 달리 손님들이 제법 찾은 모습이다. 대구=김정석기자

30일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가 내부. 베네시움 4지구 대체상가와 달리 손님들이 제법 찾은 모습이다. 대구=김정석기자

 
베네시움 대체상가에서 영업을 하는 4지구 상인들은 입주일로부터 2년 6개월 동안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고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이 뜸해 관리비도 내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인들이 많다.
 
이능선(63) 베네시움 4지구 대체상가 상인회 부회장은 "지역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서문시장 상인 모두가 어렵긴 하지만 대체상가 상인들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겨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대체상가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화재 피해를 겪은 4지구 상인들이 베네시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대구시가 현재 라디오로 대체상가 광고를 하고 있지만 TV와 신문에도 관련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로 타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인 대구 중구 베네시움. 대구=김정석기자

화재로 타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인 대구 중구 베네시움. 대구=김정석기자

 
한편 대구시는 화마로 타버린 4지구를 주변 1지구 상가, 공영주차장 건물과 연계해 복합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지구 상가(지상 2층)를 허문 자리와 공터로 남아 있는 4지구 터를 합친 자리에 건물 2동을 짓고, 지상 7층 공영주차장 건물을 철거해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지난해 11월 30일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해 11월 30일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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