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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농지 강탈' 피해자 잇단 승소…국가배상액 1조 추정

중앙일보 2017.11.30 20:17
1960년대에 정부가 서울시 구로동 일대에 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하면서 땅 주인들을 압박해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한 ‘구로동 농지 사건’의 국가 배상액이 총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60년대 공단 조성 위해 농지 수용
재심·국가 손배소에서 정부 패소
유사 소송 32건, 배상액 1조 육박

법무부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구로농지 관련 국가배상금 증액 필요’ 자료에 따르면 토지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토지 소유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32건이다.
 
구로동 농지 사건은 박정희 정권 때 구로공단을 조성하려고 농민들이 경작하던 구로동 일대 농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발생했다. 농민들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당시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정부가 패소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중앙정보부와 검찰이 나서 소송을 낸 14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했다. 그 뒤 이들은 소를 취하했다. 
구로공단 지역의 1960년대 모습. [중앙포토]

구로공단 지역의 1960년대 모습. [중앙포토]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고(故) 이영복씨의 장남 등 5명이 낸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비롯해 피해자와 유족 등 331명이 낸 여러 건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국가가 이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산정한 금액은 이자를 포함해 3241억원이다.
 
현재 1‧2심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나머지 사건들도 이번에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과 유사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이 사건 관련 국가 배상금 규모가 총 91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법무부는 이 예상 수치가 최소 금액일뿐, 국가의 상소로 소송기간이 길어지면 배상액에 이자가 붙어 1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990년대 구로공단. [중앙포토]

1990년대 구로공단. [중앙포토]

대법원의 판결로 당장 1000억원 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법무부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내년도 예산안 중 국가배상금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 나가 “올해 3000억원의 배상금에 대해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했다”며 “내년에도 국가 패소 판결이 예상되는데 굉장히 많은 금액이 소요돼 별도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상소 여부에 대해 “일단 상소하는 방향으로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소송 기간이 길어져 지연 이자가 불어나는 점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이번에 국가가 패소했고, 내년에도 패소 사건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며 “오늘 법사위원장 명의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2018년도 예산 100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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