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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촉망받던 시인이 하루 아침에 성범죄자된 사연

중앙일보 2017.11.30 16:18
 ▼촉망받던 시인이 하루 아침에 성범죄자된 사연▼
“미성년자인 저는 저보다 나이가 20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여자맛도 알아야지'와 같은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B가 박진성 시인임을 밝힙니다"
 
1년 전 어느날 한 여성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미성년자인 문학 지망생을
성희롱했다고 지목된 건 박진성 시인
2014년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2015년 시작작품상을 받은 촉망 받는 시인입니다
그의 성희롱 폭로 트윗은
여성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이후 비슷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한 여성은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했다”며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시인뿐만 아니라 남자가 판치고 주름잡는 곳은
어딜 가나 있는 현상인 듯  다 뿌리 뽑아야 돼”
“이건 빙산의 일각이야. 이제 더 터질 거야. 문단 더러워”
“예술이라고 착각해버리는 한남들 짓이지 뭐^^...”
 
사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온라인에서 박진성 시인은 이미 강간범이 됐습니다**
살인범도 사진과 실명이 가려지지만
박진성 시인은 한 미디어의 최초 보도에서
사진과 실명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동네 창피하다. 이사를 가라”
“신문사에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할 정도면
네 아들은 성범죄자가 확실하다”
박진성 시인은 물론 가족까지
사회생활은 물론 일상생활도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출판사는 출간 예정인
그의 책 4권을 계약 해지했고 출간된 시집은 출고 정지했습니다
 
트위터 폭로 뒤 고작 일주일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시가 저의 전부인데, 사람들이 더 이상 제 글을 읽지 않고
책을 낼 수 없게 돼 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박진성 시인
박진성 시인은 낮에는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신세가 됐습니다
사건은 1년 지난 뒤에야 진실을 드러냈습니다
 
무.혐.의
성폭행이 아니라 동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고
여성이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희롱 폭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진성

박진성

허위로 밝혀진 뒤 이 여성은 시인에게
무고 소송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촉망받던 시인이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데 걸린 시간은 겨우 일주일
그러나 누명을 벗는데 걸린 시간은 1년
“어머니가 우신다. 아버지도 우신다. 동생도 전화를 해서 운다.  
나는 멍하게 앉아서. 그냥 멍하게 앉아서.  
 
늙은 개의 눈두덩이나 쓰다듬으면서.”
 
그는 체념한 듯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짧은 시를 썼습니다
아직도 그를 성범죄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가 받은 고통, 앞으로도 받을 고통
대체 어떻게,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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