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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실패했다더니'…결국 창조경제 못 벗어난 4차 산업혁명 대책

중앙일보 2017.11.30 15:59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일자리위원회 브리핑실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에 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일자리위원회 브리핑실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에 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문난 잔치'여서인지 역시 먹을 게 없었다. 30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 얘기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산업 전반에 확산하고,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자는 기조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대책과 흡사했다.  
 

범정부, 첫 미래 먹거리 대책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 발표
전 정부 대책과 비슷…"'그 나물에 그 밥'이라도 종합한 데 의의"
스마트팩토리·스마트시티·자율주행 차 등 신기술 도입 계획 내놔
'사람 중심' 강조했지만, 일자리 감소·사회 안전망 대책 후순위 지적도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21개 부처는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큰 그림 1.0'으로도 불리는 이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밝힌 첫 미래 먹거리 대책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과기정통부의 전신)가 내놓은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과 올해 3월 민관 합동 중장기전략위원회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 과제'의 종합판 격이다.
 
하지만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선 '시장 중심'을, 이번 정부는 '사람 중심'을 강조하는 차이점은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신기술 도입 계획을 중심으로 나열하다 보니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발표에 나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도 말이 되면 계승·발전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가 보름 전 기자간담회에서 "투입 예산에 비하면 창조경제는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우선 2019년부터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을 상용화하는 등 공장 자동화(스마트팩토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에는 '무인 이동체 10개년 로드맵'을 발표해 자율주행 차·자율주행 선박 도입을 추진한다. 또 도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지능형 신호등, 간병·간호 로봇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범죄 추적을 위한 지능형 폐쇄회로TV(CCTV)·군부대 무인 경계시스템 등 현재 개발 중인 신기술을 총망라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장 위원장은 이 많은 정책을 정부가 다 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결국 정책은 예산과 맞물려 있다"며 "해야 할 일을 종합한 데 의의를 두고 세부 작업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주체인 스타트업·벤처기업 활성화 대책도 성장사다리펀드·기술금융 등 금융지원, 공공기관 중심 수요 창출, 연대보증 전면 폐지 등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내용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단기 성과에 매몰돼 예산으로 창업기업 숫자만 늘리는 식으로 접근하면 '좀비 스타트업'만 양산할 수 있다"며 "더디더라도 거시적인 생태계 조성 차원으로 접근하고 실패한 창업가들이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으로 2022년 기준 최대 128조원의 경제적 효과(신규 매출+비용 절감+소비자 후생)를 전망했다.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16만2000명~37만1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현 정부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밝힌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 대책으론 "네거티브 방식(정부가 금지하지 않은 것은 모두 허용)으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난 정부보다 후퇴했다. 불과 8개월 전에는 포지티브 방식(정부가 인정하는 것만 허용)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걸 넘어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사후규제를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필요 조건은 결국 기득권과 관료 집단의 관성을 깨고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왜 규제 완화에 실패했는지 이유를 찾고, 그 지점부터 해결해야 앞으로도 같은 얘기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의 큰 그림으로 내세운 건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었다. 하지만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나 사회 안전망 확보 대책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신기술과 산업 부문은 2차 회의에서, 사회 안전망과 일자리 부분은 3차 회의 이후에나 다뤄질 예정이다.
 
장석영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은 이에 대해 "모든 신기술 도입을 사람 중심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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