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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주목한 아프간 소녀팀 고난 딛고 로봇대회 금상

중앙일보 2017.11.30 14:58
7월 미국 로봇경진대회에 참여했던 아프간 소녀들. [AFP=연합뉴스]

7월 미국 로봇경진대회에 참여했던 아프간 소녀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목했던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 유럽 최대 로봇 경진 대회에서 수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소녀들로 구성된 '올 걸 로보틱스 팀'이 24~26일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로보텍스 페스티벌'에서 '기업가 도전' 부문 금상을 받았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토니아서 열린 '로보텍스 페스티벌' 참가
여성 교육 외면하는 아프간에 메시지 던져

 
경연에는 팀원 12명 중 3명이 참가했다. 현실 사회의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과제에 소녀들은 태양 에너지로 작동되는 소규모 농작용 보조 로봇을 제안했다. 수상자는 관람객 수천 명의 투표로 선정됐다. 
 
이 소녀 로봇팀은 지난 7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팀원 중 6명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로봇경진대회 '퍼스트 글로벌 챌린지'에 참여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소녀들은 아프간 비영리 기구인 디지털 시민 재단의 로야 마흐붑 대표의 후원을 받아 대회에 도전했다. 하지만 주최측이 보내준 로봇 제작 장비가 세관에 억류됐다. 소녀들은 단 2주 만에 일상용품으로 간신히 로봇을 만들어야 했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비자 발급이 문제였다. 미국 대사관 비자 인터뷰에서 두 차례 이상 거절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영향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행정명령이 적용되는 이슬람 6개국에 속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테러 단체가 활동하는 나라 출신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로봇 경연대회에 참여했던 아프간 소녀들. [EPA=연합뉴스]

미국 로봇 경연대회에 참여했던 아프간 소녀들. [EPA=연합뉴스]

 
하지만 소녀들이 로봇만 보내고 스카이프로 대회를 관람하기로 했다는 사연이 미국 언론에 소개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여성의 교육을 금지한 탈레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미국이 힘쓴 결과 이런 소녀들이 나타났음을 홍보할 기회를 정부가 차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 국무부는 열흘간만 체류하는 조건으로 입국을 허가했다.  
 
새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녀들의 입국을 위해 힘썼다고 강조했고,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도 트위터에 소녀들의 입국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소녀들은 미국 대회에서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팀에게 상을 주는 '용기 있는 성취' 부문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당시 팀 리더인 파터마 쿼더리안(14)은 메달을 목에 걸곤 "정말, 정말 행복하다.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이 안 난다"며 행복해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당당히 돌아온 열흘 뒤, 쿼더리안의 아버지가 IS(이슬람 국가)의 자살폭탄 테러로 숨졌다. 소녀들이 빛나는 성취가 비극과 교차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고난을 극복하면 또 다른 고난이 닥쳐왔지만 소녀들은 끝내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T. 자와드 주영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아프간 '올 걸 로보틱스 팀'의 경이로운 성취가 대단히 자랑스럽다"면서 "교육받을 기회와 적절한 뒷받침이 주어진다면 해낼 수 있다는 훌륭한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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