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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에서 얻은 힌트로 구멍 넗히는 드릴 만들었다

중앙일보 2017.11.30 12:00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있는 도토리거위벌레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있는 도토리거위벌레 [사진 국립생태원]

딱정벌레의 큰 턱 모양과 움직임을 모방, 구멍 뚫는 드릴 개발로 연결한 생물모방 연구 사례가 국내에서 나왔다.
국립생태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은 딱정벌레의 일종인 도토리거위벌레의 큰 턱과 동작을 연구해 이를 '화공형 드릴' 개발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으며, 최근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국립생태원과 한국기계연구원 공동연구
도토리거위벌레 큰 턱과 구멍파기 모방
구멍 뚫고 넓히는 '확공형 드릴' 특허
생물모방…생물 특징 응용 제품 개발

 
 
생물모방(Biomimicry) 혹은 생체모방은 생물의 특징을 모방·응용해 생활이나 산업에 필요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이번에 만든 확공형 드릴, 즉 구멍 넓히기용 드릴은 먼저 지름이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다시 구멍의 지름을 넓힐 수 있도록 구성된 기구다.
도토리거위벌레는 몸길이가 10mm 정도로 크지 않은 벌레다.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는 몸길이가 10mm 정도로 크지 않은 벌레다. [사진 국립생태원]

딱정벌레목(目)에 속한 도토리거위벌레는 성충의 몸길이가 9~10㎜로 크지 않은 벌레인데, 긴 주둥이의 큰 턱을 이용해 딱딱한 도토리에 구멍을 효율적으로 뚫을 수 있다.
특히 도토리에 뚫은 구멍을 보면 입구는 좁지만, 그 속은 호리병처럼 넓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 내부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은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 내부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은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에 뚫은 구멍의 형태를 나타내는 모식도, 입구 지름보다 도토리 속 구멍의 지름이 세 배나 된다. [자료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에 뚫은 구멍의 형태를 나타내는 모식도, 입구 지름보다 도토리 속 구멍의 지름이 세 배나 된다. [자료 국립생태원]

도토리 속의 공간의 지름은 입구 구멍 지름의 세 배나 된다.
호리병 같은 구멍을 파는 이유는 도토리 안에 알을 낳기 위해서다. 알은 도토리 안에서 부화해 도토리를 파먹고 자란 다음 밖으로 나온다.
도토리거위벌레의 큰 턱을 촬영한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사슴 뿔 모양의 턱에 여러 방향으로 날이 붙어 있어 구멍을 뚷기도 하고 넓힐 수도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의 큰 턱을 촬영한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사슴 뿔 모양의 턱에 여러 방향으로 날이 붙어 있어 구멍을 뚷기도 하고 넓힐 수도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는 한 쌍의 큰 턱을 갖고 있는데, 사슴뿔처럼 생긴 턱에는 다양한 방향으로 날이 붙어있다.
앞으로 구멍을 뚫을 수도 있고, 옆으로 구멍을 넓힐 수도 있는 구조다.
연구팀은 이 같은 도토리거위벌레의 턱 구조와 구멍 파기 동작을 바탕으로 표면 입구는 작으면서도 내부 공간은 넓게 파낼 수 있는 확공형드릴을 개발했다.
도토리거위벌레를 모방한 확공형 드릴의 개념도, 모터A는 종전 드릴과 같이 구멍을 뚫는 날을 회전시키는 역학을 한다. 모터B는 구멍 넓히기용 절삭 날의 길이를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자료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를 모방한 확공형 드릴의 개념도, 모터A는 종전 드릴과 같이 구멍을 뚫는 날을 회전시키는 역학을 한다. 모터B는 구멍 넓히기용 절삭 날의 길이를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자료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를 응용한 확공형 드릴 상세 설계도. [자료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를 응용한 확공형 드릴 상세 설계도. [자료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를 모방한 확공형 드릴의 부품들. [사진 국립생태원]

도토리거위벌레를 모방한 확공형 드릴의 부품들. [사진 국립생태원]

확공형 드릴을 조립한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확공형 드릴을 조립한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일반적인 드릴의 회전 모터 외에 구멍 넓히는 칼날의 길이를 조절하는 모터를 추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확공형 드릴은 의료용이나 공업용으로 활용 가능성 높다"며 "다음 달 중으로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생물모방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번 확공형 드릴이 공동연구의 첫 성과다.
한편, 생물모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물에 젖지 않는 연잎의 나노 구조를 응용해 물만 뿌려주면 오염 물질이 제거되는 나노 유리가 있다.
또, 곤충 겹눈을 본뜬 카메라의 경우 160도 광각 촬영이 가능하면서도 상 왜곡이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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