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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물타기··· 군함도 '강제노역' 정보센터 다른 곳에 설치?

중앙일보 2017.11.30 11:34

군함도 '강제노역 정보센터'를 도쿄에? 日 ‘물타기’ 작전에 정부 대응 고심
 

2015년 7월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유산 유네스코 등재 후
정보센터 등 이행방안 담은 보고서 제출시한 하루 앞으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돼 가혹한 환경하에서 ‘강제로 노동한(forced to work)’ 사실이 있음을 인식하며….”  

 
 2015년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특별보좌관이 한 말이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강제징용이 있었다고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21개 위원국이 강제징용시설을 포함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합의 결정한 뒤였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현 하시마 해저 탄광(일명 군함도). [중앙포토]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현 하시마 해저 탄광(일명 군함도). [중앙포토]

이때 일본측이 약속한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경과보고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12월 1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탐탁치 않다. 최근 아사히 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유산’ 정보센터를 2019년까지 도쿄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도쿄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 같다”며 “다만 제출 전까지 여론을 떠보는 것일 수도 있어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일본 23개 산업시설 중에는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하시마(端島ㆍ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노동한 현장 7곳이 포함돼있다. 23개 중 16개가 규슈(九州)에 있는데, 군함도를 포함해 가장 많은 8개를 보유한 나가사키현과 도쿄는 약 1000km 떨어져 있다. 일제강점기 군함도 해저탄광에서는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멀리 떨어져있는 도쿄가 아니라 현장에서 생생하게 강제징용의 부당성을 알려야 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가 나가사키시 군함도(端島·하시마섬)에 최근에 세운 안내판에도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7월 20일 전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나가사키시 군함도(端島·하시마섬)에 최근에 세운 안내판에도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7월 20일 전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2년 전과 비교해 유네스코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네스코는 분담금 1위였던 미국(22%, 8000만달러)이 탈퇴를 표명하면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전체의 10%)을 내고 있다. 최근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가 보류되자 일본 정부가 분담금 지급 절차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보고서 제출이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절차들이 이어지는 만큼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이 정보센터 설립 조치 등이 담긴 경과보고서를 1일에 제출하면 이후 유네스코와 협약을 맺은 전문가그룹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가 검토한 후에 위원회에 권고안을 낸다. 통상 90% 이상이 권고안대로 결정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후 권고안은 내년 6월 바레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에 회부된다. 한국과 일본은 위원국으로서의 임기가 끝난 상황이다.   
 
앞서 지난 7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유산위 회의에서는 당시 위원국이었던 이병현 주 유네스코 대사가 “일본 정부가 약속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포르투갈ㆍ페루ㆍ필리핀 등 12개 위원국 대표가 이 대사의 발언에 동조 또는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국제회의에서 민감한 한ㆍ일관계에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한 약속일 뿐만 아니라 위원국 가운데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한국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며 “일본을 견제할 중국의 영향력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강제 징용의 피해가 있는데다,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분담금(8%)을 많이 내고 있는 국가다.
 
또 지난 16일엔 유네스코의 핵심 운영기구인 집행이사회 의장으로 이병현(60) 주 유네스코 대사가 선출됐다. 한국인 선출은 이번이 처음으로 임기는 3년이다. 핵심 기구의 수장을 맡은 만큼 유네스코에서 한국의 위상과 외교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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