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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대사 "전쟁 나면 북한 철저 파괴될 것"

중앙일보 2017.11.30 11:30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하루만인 29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는 두 시간 동안 북한 성토장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북한 관련으로 소집된 13번째 긴급회의에 참석한 16명(한국 포함)의 각국 대사들이 차례대로 북한의 도발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렇지만 당초 예상됐던 언론성명은 채택되지 않았다. 막후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보리 긴급회의 성명채택 없이 종료
중국에 원유공급 중단 협조 구한 미국
중국 반응 기다린 뒤 독자제재 택할수도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하나마나한 언론성명보다는 뭔가 굵직한 결론을 내고싶어한다”면서 “시간을 두고 중국의 반응을 보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유엔 내 협력이 관건인 셈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9일(현지시간)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한에 경고장을 날렸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북한과의 전쟁을 절대로 추구하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만약 전쟁이 난다면, 이는 어제 목격한 것 같은 (북한의) 공격적인 행동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며 “실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또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과의 외교ㆍ교역을 단절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중국이 원유공급량을 좀 더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03년에도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했더니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온 사실까지 상기시켰다. 헤일리 대사는 “원유금수가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하기 위한 중추적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안보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섬유수출을 금지하고, 원유수입을 연간 400만 배럴로 동결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한 바 있다. 원유와 석유 정제품 등을 포함해 기존에 비해 30% 정도 축소되는 수준인데, 미국 입장에서는 이 수치가 더 커지길 바라는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핵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원유”라며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 무역의 90%와 유류공급의 30%를 각각 차단했지만, 원유는 여전히 공급되고 있다”며 허점을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의 격한 발언을 듣고있던 중국의 우 하이타오(吳海濤) 차석대사가 발언권을 얻었다. 그는 “또 다른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제재보다는 대화에 비중을 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우 차석대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거론하며 “현재의 ‘중대한’ 상황에서 모든 당사국이 자제력을 행사하고 유엔 제재를 이행하며 대화와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와 중국의 우 하이타오 차석대사가 긴급회의가 끝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와 중국의 우 하이타오 차석대사가 긴급회의가 끝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정상간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원하는 바를 전달한 만큼 시간을 두고 중국으로부터 반응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최고위층의 입장이 정리돼 뉴욕으로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대사 또한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네벤쟈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비난하면서도 “다음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조만간 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안이 나올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이 보다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 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차원의 제재안과 별개로 고강도 추가 대응책을 마련해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대북 해상봉쇄나 중국의 협조를 얻어 원유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등 최고 수준의 제재와 압박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차원의 해상수송 차단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제재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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