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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경기 회복세 아직 약해…점진적 인상 필요”

중앙일보 2017.11.30 10:1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ㄴ스]

 
 기준금리 인상은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금리가 올라가면 시중 자금의 유동성이 줄어든다. 이자가 오르니 빚을 내기 부담스러워지고, 돈의 흐름이 둔화돼 자연스레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한은 0.25%p 기준금리 인상분 시장에 선반영
자연스런 수순이지만 성장세 둔화 우려
전문가들, "급격한 인상 대신 점진적 조정해야"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는 국내 경기가 금리 인상 후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7년여 만에 2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 차례 금리 인상은 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0.25% 금리를 올렸는데, 이 정도 수준의 금리 인상은 현재 한국 경제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경기가 확 살아나고 있지는 않지만 금리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한 번 정도는 올릴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너무 낮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위험이 있고, 미국이 올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이미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충분히 줘 금융시장에는 이미 인상분이 선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 때 이미 통화당국이 인상 신호를 충분히 보낸 상태”라면서 “선반영된 시장 금리를 기준금리가 반영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3분기에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물가상승률이 이미 2% 안팎을 기록 중이라 금리 인상 시기가 오히려 좀 늦은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GDP 갭은 경기가 얼마나 과열됐거나 침체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인데 플러스인 경우 경기 활황을 의미한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의 금리 향방과 조절 속도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람들이 체감하는 실물 경기는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긴 하지만 소비와 투자 부문 성장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금리를 올릴만큼 과열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경기 회복 지표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워낙 수출쪽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1.4% 증가했다. 경제성장률 증가를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증가다. 사진은 지난 1일 인천 송도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뉴스1]

3분기 경제성장률이 1.4% 증가했다. 경제성장률 증가를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증가다. 사진은 지난 1일 인천 송도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뉴스1]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 회장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국내 잠재성장률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2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최소 2%포인트 하락해 2% 중반까지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연구위원은 “내년에 1~2회 가량 추가로 인상해 기준금리를 1.5~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국내 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흐름 회복세를 봐 가며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 28일 OECD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이)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물가 및 가계부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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