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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④이정철 감독이 부드러워진다고?

중앙일보 2017.11.30 06:09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이정철(57) 감독과 여자농구 우리은행 위성우(46) 감독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선수들에게 엄격하다. 둘째, 연습량을 두고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선수에게도 예외는 없다. 셋째, 각각 3회, 5회 우승을 이끈 지도자다. '감독이 미움을 받아야 선수가 잘 한다'는 생각도 비슷하다. 정상에 오를 때마다 선수들은 애정어린 구타(?)를 두 감독에게 돌려줬다. 그런데 올시즌 이정철 감독의 호통을 예전만큼 보기 어려울 듯 하다. 이 감독이 '부드러운 남자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지난 25일 열린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이 감독은 작전타임마다 얼굴을 붉혔다. 외국인선수 심슨이 빠진 흥국생명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3-2로 이기긴 했지만 이 감독은 "정말 큰 일이다"라며 팀의 전력 하락을 걱정했다. 하지만 사흘 뒤 치러진 도로공사와 경기는 달랐다. 이날 기업은행은 0-3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은 작전시간 때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 감독이 어찌된 일이냐'는 반응이 더 많을 정도였다.
 
경기 뒤 만난 이정철 감독은 "냉정한 자기판단을 해야한다. 이게 바로 우리 팀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뒤 FA로 윙스파이커 박정아(도로공사)가 떠났고, 주전세터 김사니는 은퇴했다. 리베로 남지연도 FA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정아의 자리엔 고예림이, 김사니의 자리엔 또다른 FA 염혜선이 들어왔지만 지난해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리베로는 김혜선, 노란, 채선아가 돌아가며 출전하고 있다. 이 감독은 "예림이는 1라운드 자기 몫을 했다. 하지만 꾸준함이 떨어진다. (염)혜선이도 아직은 안정성이 떨어진다. 미들블로커 한 자리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외국인선수 메디의 결정력 저하도 뼈아프다. 공격성공률(44.19%→41.43%)과 득점 모두 줄었다. 특히 외국인선수가 맡아야하는 큰 공격인 오픈(44.53%→39.94%)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메디는 비시즌 기간 미국대표팀으로 선발돼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대표팀 영향이 없지는 않다. 지난해만큼의 위력을 못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이 감독이 절친한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에게도 연락 한 번 하지 않자 신 단장이 먼저 "술 한 잔 사겠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IBK기업은행이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챔프전 3연승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사진제공=KOVO]

IBK기업은행이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챔프전 3연승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사진제공=KOVO]

 
기업은행은 창단 첫 시즌(11-12)을 제외하면 매년 봄 배구를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차례, 컵대회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입단 첫해 김희진과 박정아 등 우수선수들을 영입한 이후 드래프트에선 하위 순번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윤혜숙, 이효희, 남지연, 김유리, 김사니 등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버텨왔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이정철 감독도 "선수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걸 인정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모두가 우리 팀을 우승후보로 꼽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고 했다.
 
이정철 감독이 결심한 건 선수들이 좀 더 스스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걸음이 '호통'을 줄이는 것이다. 이 감독은 "평상시라면 경기 뒤 숙소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하지 않는다. 나부터 달라질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남지연, 김사니가 빠지면서 앞장서 팀을 이끌 선수가 없다. 김희진, 김미연 같은 선수들이 먼저 팀을 이끌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편안하게 해줄 생각이다. 오늘 작전타임 때 조용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앞으로 지켜보시면 알 것"이라고 했다. 이정철 감독의 변신은 시즌 끝까지 이어질까, 결과는 또 어떨까. 벌써부터 흥미롭다.
 
화성=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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