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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이전 발사 패턴과 다를까?

중앙일보 2017.11.30 06:00
북한이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을 쏜 건 평양 교외 지역이다. 탄도미사일 발사 장소론 최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후 정부 성명을 통해 “평양시 교외 야지(野地)에서 발사했다”고 말했지만 군 당국은 평양 북부 지역의 평남 평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평양시와 행정구역상 맞닿아 있고, 북한이 최근 발사장으로 사용해 왔던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10㎞ 안팎 떨어진 곳이다. 이렇듯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기존과 다른 듯 같은 패턴을 보였다. 

동절기 도발 중단 패턴 깨져, 깜짝쇼 대신 대놓고 발사 준비
김정은 동선 보호 위한 연막, 김정은 사라지면 큰 일 치는 패턴은 여전

 
북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친필 명령.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친필 명령. [연합뉴스]

 
 
 
①추우면 못 쏜다?= 이날 미사일 발사의 특징은 연중 가장 늦은 시기에 쐈다는 점이다. 북한은 통상 겨울철에는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20일 평북 구성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실패)가 지상에서 쏜 마지막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 해 미사일 발사 계획을 완성하고, 총화(결산)하거나 추가 발사 준비를 위해 겨울철에는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 왔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는 북한군 전체에 경계령을 함께 내리는데 동절기에는 여러 가지 겨울준비를 위해 노력을 동원해야 하므로 겨울철에 중단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고(高)고도에서 연료 연소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산화제의 특성 탓에 동절기 발사가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사일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N2O4)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산화이질소의 어는점이 영하 11도, 끓는점이 영상 22도여서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 한낮에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별도의 냉·난방시설이 있는 곳에 미사일을 보관하다 짧은 시간에 발사할 수는 있지만 어는점과 끓는점을 벗어난 야외의 온도에서는 발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북한은 여름철에는 온도가 오르기 전인 아침 시간에 미사일을 쐈고, 이날 발사 당시 기온도 0도 안팎이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미사일을 고속도로 터널에 숨겨 놓거나 지난 7월 28일에는 자정 가까운 시간에 발사했다.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를 피하거나, 설마 쏘겠냐고 하는 취약시간대를 택한 것이다. 북한의 공격이 명확할 경우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개념을 무력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주부터 이동식 발사대(TEL)가 평양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데다, 27일에는 미사일 위치 및 자세 관측기(텔레메트리) 송수신 신호로 추정되는 전파를 쏘기도 했다. 결국 도발이 뜸했던 동절기에 미사일을 쏨으로써 전천후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②연막은 여전= 김정은이 공개 활동을 한동안 중단하면 ‘큰 일’을 냈던 패턴은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김정은은 이달 들어 4차례의 공개 활동을 했다. 지난해 11월 12차례에 현지지도를 한 것의 3분의 1 수준으로 사실상 두문불출인 셈이다. 김정은이 공개 활동을 하더라도 일주일 안팎의 시차를 뒀다. 겉으로 현지지도를 이어 가면서도 집권 이후 역점으로 꼽고 있는 미사일 발사를 챙겼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8일 공개한 평남 순천 양어장 방문은 화성-15형 발사 준비를 점검하고, 이를 감추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29일 북한이 미사일을 쏜 지점은 양어장에서 직선거리로 20㎞ 안팎 떨어져 있고, 양어장 방문 뒤 평양으로 이동하는 경로”라며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점검을 가리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남 순천의 양어장을 방문했다고 북한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정을 감추기 위한 연막 차원의 행보로 분석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남 순천의 양어장을 방문했다고 북한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정을 감추기 위한 연막 차원의 행보로 분석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언론들의 ‘연막’도 닮은꼴이다. 김정은은 지난 7월 보름 이상 공개 활동을 중단한 채 자강도 전천군에 머물며 미사일 발사 준비를 독려했다. 7월 28일 북한 언론들을 불쑥 그가 조국 해방전쟁 참전 열사 묘를 참배했다고 보도하며 평양에 있는 것처럼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즉시 자강도로 이동했고 그날 밤 미사일을 쐈다. 또 6차 핵실험을 강행한 9월 3일에도 북한 언론들은 그가 핵무기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며 핵탄두 모형을 공개해 눈길을 돌린 뒤 핵실험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경제 또는 민생 챙기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양어장을 내세운 뒤 미사일 발사라는 패턴을 보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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