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넉달 만에 사거리 확 늘려 … 대기권 재진입 성공은 불투명

중앙일보 2017.11.30 02:04 종합 5면 지면보기
북한은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외 입장 표명 방식 중 가장 무게가 있는 ‘정부 성명’을 통해서다. 북한은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 당시엔 핵무기연구소 성명으로, 7월 4일과 28일 화성-14형 등 각종 미사일 발사 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알렸다. 형식으로 보면 핵실험보다 이날 미사일 발사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 “가장 위력적” 화성-15형은
고각발사 고도도 3724㎞ → 4475㎞
화성-14형으론 미 전역 타격 못해
추진력 키우려 고체엔진 사용한 듯
북한 언론은 ‘재진입 성공’ 주장

자체 기술적 평가도 높다. 북한은 성명에서 지난 7월 4일과 28일에 발사한 ‘화성-14’형보다 “우월한 무기체계”이자 “개발의 완결단계에 도달한 가장 위력한(강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고각(高角)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최고고도 4475㎞를 기록했고, 미사일 발사 지점으로부터 950㎞ 지점에 낙하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했다면 1만3000㎞ 안팎의 사거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역대 최대 사거리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의 사거리는 통상 최고 정점 고도의 2~3배”라며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세 번에 걸쳐 발사된 ICBM급 중에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자는 발사 성공 여부와 관련해 “정밀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지는 비행 중 공중 폭발하거나 비정상적인 비행을 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관련기사
정부가 주목하는 건 북한이 화성-15형이란 새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괌을 타격권으로 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주력했다. 지난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한 정보 당국은 그래서 이번에도 화성-12형, 또는 화성-14형을 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했다. 하지만 북한이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 등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연소 실험을 하는 등 기존과 다른 움직임이 변수였다고 한다. 새로 등장한 화성-15형이 개량형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2단 엔진에 고체엔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ICBM은 2~3개의 로켓을 수직으로 연결해 발사하는데 발사 직후 1분여 동안은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뒤 연료가 소진되면 공중에서 분리되고 이후 2단 엔진이 점화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수개월 만에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2단 로켓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량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7월 28일 화성-14형 발사실험 때 최대 성능으로 키웠는데도 고도 3724.9㎞, 비행 거리 998㎞(추정 사거리 8000㎞)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성능만으로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하기 어렵게 되자 2단계 엔진의 추력을 키웠을 것이란 얘기다. 장 교수는 “액체엔진의 추력을 높이려면 로켓을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1단계 엔진을 그대로 두고 2단계 엔진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2단 엔진엔) 크기가 작으면서도 추력이 좋은 고체엔진을 적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에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밤 대기권 재진입과 관련, “(화성-15형 발사를 통해) 설계의 요구를 정확히 만족했다”면서 성공을 주장했다. 또 “9축 자행 발사대차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바퀴 축이 9개인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를 새로 개발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중국에서 수입한 8축 TEL을 ICBM용 운반에 사용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수입이 제한되자 자체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대기권 재진입 성공여부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국회 정보위에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다고 보고했었다. 설령 “화성-15형이 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각 발사는 거의 수직으로 쏴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정상각(30~45도) 발사보다 대기권 비행시간이 짧다. 탄두부가 받는 에너지와 마찰열이 훨씬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정용수·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