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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같은 일 하는 남자보다 13.5% 적게 법니다”

중앙일보 2017.11.30 01:01 종합 23면 지면보기
‘당신의 남녀 임금 격차를 알아보세요.’
 

‘남녀 임금 격차’ 실험해 보니
“여성 평균임금 남성의 85% 수준”
육아로 인한 ‘엄마 페널티’ 영향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0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첫 단계는 성별 선택. 여성을 골랐다. 두 번째는 22~29세, 30~39세 등 연령 그룹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내 나이에 맞게 선택했더니 ‘평균적으로 이 연령대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은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임금이 14.2% 적다’는 설명이 나왔다.
 
BBC 방송 출연자 가운데 지난해 연봉 1위인 크리스 에번스(왼쪽), 여성 1위인 클라우디아 윙클먼.

BBC 방송 출연자 가운데 지난해 연봉 1위인 크리스 에번스(왼쪽), 여성 1위인 클라우디아 윙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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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직업군을 고르는 단계. 기자는 ‘문화, 미디어, 스포츠’ 부문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이를 선택하자 ‘평균적으로 미디어 분야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이 연령대 여성은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17.2% 적게 받는다’고 알려줬다. 마지막 으로 근무시간과 세전 연봉을 적었더니 ‘연령과 직업이 같은 남성은 당신보다 평균 13.5% 임금을 더 받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000만원’이라고 한다.
 
이 서비스는 영국 정부가 남녀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한 법 시행을 앞두고 FT가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기획했다. 영국 통계청이 해마다 실시하는 임금과 근로시간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영국과 한국의 미디어 환경, 물가 등 여건은 다르지만 남녀 임금 격차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250명 이상을 고용하는 고용주는 내년 4월까지 임직원의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해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 7월 공영 BBC방송은 새로 바뀐 정관에 따라 방송 출연자의 보수를 공개했는데, 성별에 따라 격차가 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적으로 남녀 임금 격차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회원국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의 85%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과 고용 기회 등 경제적 기회에서 남녀평등을 이루려면 앞으로 217년 더 걸릴 것으로 조사됐다.
 
선진국에서 남녀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엄마 페널티’ 때문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녀의 수업 시간은 짧고, 아이 돌보는 비용은 비싸서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있어야 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그 한 명이 주로 엄마이다 보니 경력 단절, 파트타임 전환 등으로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초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가 근무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여성은 44~75%가 엄마가 된 뒤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근무 강도가 약한 일자리로 옮겼다고 답했다. 남성의 응답 비율은 13~37%였다.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여성이 자발적·비자발적으로 자녀 양육에 우선권을 두면서 여성의 임금이 남성에 뒤처지기 시작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 페널티’는 아이 한 명당 4%로 계산됐다. 영국의 일하는 엄마의 경우 일을 쉬는 1년마다 2%씩 임금이 하락했다.
 
남녀 임금 격차는 여성에게 승진 기회가 적기 때문에 벌어지기도 한다. G7 국가에서 기업 고위직 임원 가운데 여성은 20%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2000년 이후 대학 경영학 학사학위의 절반은 여성에게 수여됐지만,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은 5명 중 한 명꼴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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