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6연승 신기록 신민준 “10연승 못해 아쉬워”

중앙일보 2017.11.30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농심신라면배 6연승을 거둔 신민준 6단이 손가락으로 6승을 표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농심신라면배 6연승을 거둔 신민준 6단이 손가락으로 6승을 표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는 4년 연속 중국의 집안 잔치였다. 중국 선수들의 최근 기세를 고려하면 올해도 중국이 우승컵을 가져갈 확률이 높아 보였다. 더구나 이번 한국 대표팀이 최약체라는 비관적인 평가까지 있었다.
 

농심신라면배 국내 기사 최다연승
중국 당이페이 9단에 져 7연승 좌절
신 6단 활약에 한국 우승 가능성 커
“내년 국내외 종합기전 우승이 목표”

이변이 벌어졌다. 한국의 첫 번째 주자로 출전한 신민준(18) 6단이 25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 6국에서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9단을 꺾고 6연승 했다. 신 6단은 지난 9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농심배 1차전에서 중국의 판팅위(范廷鈺) 9단을 시작으로 일본 위정치(余正麒) 7단, 중국 저우루이양(周睿羊) 9단, 일본 쉬자위안(許家元) 7단을 꺾고 4연승 했다. 그리고 24일 2차전 5국에서 중국의 천야오예(陳耀燁) 9단을 상대로 5연승을 달렸다.
 
6연승은 한국 선수의 농심신라면배 최다 연승 기록이다. 그 전까지 한국 선수 최다 연승은 이창호·강동윤 9단의 5연승이었다. 대회 사상 첫 번째 주자가 6연승을 한 것도 처음이다. 보통은 약한 선수부터 출전하기 때문에 첫 번째 선수가 연승을 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신민준 6단의 활약으로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커졌다.
 
신민준 6단의 연승 행진을 가로막은 건 중국의 당이페이(黨毅飛) 9단이다. 다들 신 6단의 승리를 점쳤던 바둑이었는데 마지막 방심이 문제였다. 대국이 끝난 다음 날인 27일 검토실에서 만난 신 6단은 “당이페이 선수가 후반에 실수하는 것을 보고 기분에 치우쳐 형세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형세를 낙관한 게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준 6단은 6연승에 그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7국에서 꺾이기 전까지 그의 목표는 농심신라면배 1, 2, 3차전을 ‘싹쓸이’하는 10연승이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엔 6연승이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큰 것은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이번엔 이상하게 잘 풀리는 느낌이라 커제 선수만 이긴다면 10연승까지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남는다지만 어쨌든 농심신라면배는 신민준 6단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사실 이 대회 직전까지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농심신라면배 1차전이 열리기 전 두 달간(7월 14일~9월 14일) 신 6단은 4승 1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바닥을 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신 6단은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도 이길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진석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님께 첫 주자로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함께 출전한 또래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올해 한국팀에는 신민준 6단과 친한 신진서(17) 8단, 김명훈(20) 5단이 함께 속했다. 셋은 대회 내내 붙어 다니며 장난도 치고 함께 연구도 했다. 신 6단은 “평소에도 매일 보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마음 편하게 바둑을 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민준 6단은 어린 시절부터 라이벌로 불렸던 신진서 8단에 대해 “입단 초기에는 나도 빨리 신진서 선수만큼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하지만 나보다 강한 상대라고 인정한 뒤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지금 내 목표는 세계 무대에서 중국 선수들을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세계 무대에서 자신감을 쌓은 신민준 6단의 내년 목표는 타이틀 홀더가 되는 것이다. 신 6단은 “아직 종합 기전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내년에는 꼭 국내외 종합 기전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심신라면배
한·중·일 대표선수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대결하는 국가대항전. 우승상금 5억원.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농심이 후원한다. 최종 3차전은 내년 2월 26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그간 한국이 11회, 중국이 6회, 일본이 1회 우승했다.

 
부산=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