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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가르친 감독님이 강사, 탁구 실력 확 늘었어요

중앙일보 2017.11.30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즐기는 스포츠 강국 되려면 ③
탁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서상길 감독(오른쪽 두 번째)이 서울시 마포스포츠클럽 회원들에게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마포스포츠클럽 회원들은 서 감독의 지도 아래 탁구 엘리트반 창단을 준비 중이다. [신인섭 기자]

탁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서상길 감독(오른쪽 두 번째)이 서울시 마포스포츠클럽 회원들에게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마포스포츠클럽 회원들은 서 감독의 지도 아래 탁구 엘리트반 창단을 준비 중이다. [신인섭 기자]

“평소엔 과묵하세요. 가끔 지나가듯 한 마디 툭 던지시는데, 제대로 핵심을 찔러요. ‘역시나 전문가구나’ 싶죠.”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접목
마포 스포츠클럽 2개 반 지도
손연재 발굴한 코치도 수업

“지역 클럽이 국가대표 기반”
선수 은퇴 후 새 출발에 도움도

 
지난 28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마포구민체육센터 내 종합체육관. 지역 연고 생활체육 단체인 마포스포츠클럽 소속 탁구 동호인 10여 명이 연습 중이었다. 체육관 한쪽에서 반백의 남성이 흐뭇한 표정으로 훈련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죠? 왕년엔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하셨대요.”
 
복식 경기 중이던 한 여성 회원이 탁구공을 주으러 뛰어가다 살짝 귀띔했다.
 
‘맘 좋은 할아버지’의 정체는 서상길(67) 감독.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탁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엘리트 지도자다. 2000년 시드니를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세 차례의 올림픽 무대에 탁구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했다. 현정화(48)·유남규(49)·김택수(47)·오상은(40) 등 그가 가르친 제자들은 고스란히 한국 탁구의 전설이 됐다.
 
서 감독은 마포스포츠클럽에서 매일 회원들에게 탁구를 가르치고 있다. 탁구계 선배인 김충길(70) 마포스포츠클럽 총괄팀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한 반에 12명씩, 두 클래스를 맡아 지도 중이다.
 
반응은 뜨겁다. ‘현정화·유남규의 스승님이 직접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두 강좌 모두 신청자들이 넘쳐난다. 서 감독의 지도를 받는 송혁기(54)씨는 “국가대표들만 상대하던 분이라 어떻게 가르치실지 궁금했는데 기초부터 착실히 가르쳐주시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자세가 좋아졌다’ ‘실력이 늘었다’고 칭찬할 때마다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유럽에서는 지역 스포츠클럽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체계적인 경쟁을 거쳐 국가대표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선수 육성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마포스포츠클럽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을 효율적으로 연결한 우수 사례다. 1352명의 회원을 맡아 가르치는 19개 종목 지도자 31명(자원봉사자 제외) 중 절반에 가까운 15명이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리듬체조 수업을 이끄는 백귀자 코치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3)를 발굴한 주인공이다. 국제심판 자격증도 갖고 있다. ‘배드민턴 간판스타’ 이용대(29)도 소속팀 요넥스가 마포구민체육센터를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인연으로 배드민턴 저학년부 수업에 이따금 ‘깜짝 강사’로 등장한다. 마포스포츠클럽은 창립 3년 차인 올해 상반기 전국 42개 공공 스포츠클럽 중 최우수(A) 등급을 받았다. 김희태 마포스포츠클럽 대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통틀어 스포츠클럽을 운영 중인 곳은 마포구 뿐”이라면서 “강사진의 수준을 높여 완성도 높은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게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했다.
 
은퇴한 운동 선수,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은퇴한 운동 선수,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엘리트 선수들의 생활체육 진출은 대한체육회가 추진 중인 ‘은퇴 선수 지원사업’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은퇴한 운동선수 중 취업 지원 대상자(20~39세 기준)는 12만1885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제2의 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5년 체육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구한 운동선수 비율은 21.71%에 그쳤다. 서비스업(14.92%) 등 여타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예 취업에 실패한 경우도 37.1%나 됐다. 직장을 구했다고 활짝 웃기도 어렵다. 월수입이 150만~200만원 사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4.65%로 가장 높았다. 근속연수도 1년 미만이 대다수(42.68%)를 차지했다.
 
윤경호 대한체육회 홍보실 과장은 “은퇴 이후를 고민하는 운동 선수들을 위해 ▶취업 지원 서비스 ▶맞춤형 직업훈련 지원 ▶찾아가는 진로교육 ▶잡 매칭(job-matching)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공공스포츠클럽 활성화는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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